8일(현지시간) CES 2026을 맞이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윈 호텔에 부스를 차린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전시 부스를 찾았다. 이 곳에서 박준식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한국 지사장이 가리킨 곳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로봇이 정교한 손놀림을 뽐내고 있었다.
박 지사장은 "반도체 금형(Mold)을 세척하는 공정은 독한 화학 약품과 고열을 견뎌야 해 사람이 하기엔 매우 위험하다"며 "그 위험한 현장을 지금 저 로봇이 ST의 칩과 모터 제어 기술로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ST 부스는 단순한 반도체 전라이 아닌,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확장하는 '현실'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또 다른 곳에서는 투명한 자동차 도어 모형 안에는 복잡한 배선 대신 심플한 보드 한 장이 들어있었다. 박 지사장은 "ST의 차량용 MCU인 '스텔라 G6(Stellar G6)'에 내장된 AI 가속기가 평소 창문이 올라갈 때의 전류와 전압 파형을 학습한다"며 "손이 끼여 미세하게 파형이 달라지면, AI가 즉시 '비정상'임을 감지하고 창문을 내린다. 하드웨어 부품을 소프트웨어로 '지워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CES에서 ST는 단순한 반도체 부품 나열보다는 '오토모티브(Automotive)'와 '로보틱스(Robotics)'라는 두 가지 거대한 축을 중심으로, 엣지 AI(Edge AI)가 산업의 비효율을 어떻게 걷어내는지 증명하는 '기술의 실험실'을 차린듯한 모습이다.
자동차 존(Zone)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곳은 파트너사 플렉스(Flex)와 공동 개발한 '배터리 없는 고전압 DC-DC(Battery-less High-voltage DC/DC)' 시스템 앞이었다.
현대의 전기차(EV)나 하이브리드차는 바퀴를 굴리는 고전압 배터리가 있어도, 인포테인먼트나 라이트, 와이퍼 등을 켜기 위해 무거운 12V 납축전지를 반드시 싣고 다녀야 한다. 공간을 차지하고 2~3년마다 교체해야 하는 이 '골칫덩어리'를 ST가 기술적으로 해결했다.
박 지사장은 "핵심은 ST의 고효율 SiC(실리콘카바이드) MOSFET 기술"이라며 "이 전력 반도체가 적용된 소형 백업 컨버터가 고전압 배터리의 에너지를 직접 12V로 변환해 전장 부품에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12V 배터리를 삭제함으로써 차량 무게를 수십 kg 줄여 주행거리를 늘리고, 유지보수 비용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만약 고전압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슈퍼 커패시터와 연동된 백업 시스템이 조향 및 제동 장치에 전력을 공급해 안전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술은 전기차 '캐즘(Chasm)'을 돌파하기 위해 원가 절감에 사활을 건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과의 '전장 동맹'도 빛을 발했다. 부스 한편에는 LG전자 VS사업본부와 공동 개발한 '비접촉식 생체 신호 모니터링(Contactless Vital Sign Monitoring)' 데모가 전시됐다.
그는 "예전 스마트폰 뒷면에 손가락을 대서 심박수를 재던 접촉식 방식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데모기 앞에 서자, 화면에 실시간 심박수와 호흡수가 표시됐다. 비결은 ST의 'VB56G4A' 이미지 센서다. 510만 화소의 이 RGB-IR(적외선) 하이브리드 센서는 운전자 얼굴의 미세한 혈류 변화(PPG 신호)를 원격으로 읽어낸다.
오토모티브 존을 지나 로보틱스 존으로 들어서자, 미래 공장의 풍경이 펼쳐졌다. 주인공은 반도체 공장에 실제 투입된 휴머노이드 로봇 '로비(RoBee)'였다.
이탈리아 로봇 기업 오버소닉(Oversonic)이 개발한 이 로봇은 ST의 MCU와 모터 제어 기술로 무장했다. 박 지사장은 "이 로봇은 단순한 전시용 퍼포먼스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실제로 ST의 몰타(Malta)와 중국 패키징 공장에서 독한 화학 약품을 써야 하는 금형(Mold) 세척 공정에 이 로봇이 사람 대신 투입되고 있다. 고온과 유해 물질이 있는 위험한 작업을 대체하며 스마트 팩토리의 미래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지사장은 "ST가 한국의 로봇 부품 기업들과 협력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모듈 동맹'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로봇 제어 기술의 진화도 놀라웠다. 박 지사장이 손목에 찬 밴드 형태의 기기를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뉴로 컨트롤러(Neuro-controller)' 기술이다.
그는 "보통 제스처 제어라고 하면 카메라 앞에서 손을 허공에 휘저어야 한다지만 이건 다르다. 손목 신경에 흐르는 미세 전류(신호)를 감지하기 때문에, 손가락을 실제로 움직이지 않고 '움직이겠다'는 의도만 줘도 기기가 반응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을 휴머노이드 로봇 원격 제어에 적용하면, 마치 내 몸처럼 로봇을 섬세하게 조종할 수 있다"며 "메타버스 환경이나 의수(Prosthetics) 제어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12V 배터리를 없애 자동차의 군살을 빼고, 전용 칩 없이 AI로 창문을 제어하며, 로봇에게 인간의 신경을 연결해주는 기술. 등 ST는 이번 CES 2026을 통해 '반도체가 하드웨어의 한계를 어떻게 돌파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CES 2026 특별취재팀 = 라스베이거스(미국) 김문기 부장·배태용·옥송이 기자·취재지원 최민지 팀장·고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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