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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필연이 되는 마라도 해물 산더미 짬뽕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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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에서 맛볼 수 있는 짬뽕. 박미향 기자

마라도에서 맛볼 수 있는 짬뽕. 박미향 기자


마라도는 제주 부속 섬으로 한반도 가장 남쪽에 있다. 섬 속에 섬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찾는 이가 적을 듯하지만, 아니다. 본섬과 다른 풍경은 매년 마라도 여행객 수를 늘린다. 섬은 작다. 전체를 둘러보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시야에 훤히 들어오는 섬 둘레길은 망망대해 수평선을 끼고 있다. 이 길을 소란스럽게 걷긴 어렵다. 걷는 내내 짠 바람이 머리카락을 헤집어 놓는다. 침묵과 묵상, 상념이 어울리는 길이다. 어제도 내일도 의미 없어 보일 때가 있다. 자신의 한계가 선명하게 인식되어 괴롭거나 모든 관계가 모래성 같을 때도 있다. 이 길이 해답을 준다.



마라도는 지난달 개봉한 일본 영화 ‘여행과 나날’의 주인공 ‘이’(심은경)가 찾은 설국과 닮았다. 수북하게 쌓여 인간을 가둔 눈더미는 고립을 상징하는 섬의 자연 조건과 같다. ‘이’는 온 세상 겨울이 다 모인 듯한 그곳에서 자신을 옥죄는 문제의 답을 찾는다. ‘이’가 만난 ‘우연’ 덕분이다. 소품 같은 영화지만 한번 더 보겠다는 이가 늘 정도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마라도에서 맛볼 수 있는 짬뽕. 박미향 기자

마라도에서 맛볼 수 있는 짬뽕. 박미향 기자


마라도에서 맛볼 수 있는 짜장면. 박미향 기자

마라도에서 맛볼 수 있는 짜장면. 박미향 기자


다시, 마라도로 돌아가면 이 섬에도 ‘우연’은 있다. 예상하지 못한 맛이 ‘우연’으로 다가온다. 면적이 0.3㎢밖에 안 되는 작은 섬에 짜장면집이 10여곳이나 있다. 마라도는 ‘짜장면 섬’이다. 방송이 키운 규모다. 한반도 최남단에서 맛보는 짜장면은 특별한 경험이다. 이것만큼 빠르게 소비될 방송 소재도 없다. 마라도와 짜장면이 연결된 때는 대략 1990년 후반. 한 이동통신사 광고에 마라도가 등장한다. 울릉도 앞바다 돛단배 위에서 “짜장면 시키신 분”을 외치는 코미디언 이창명. 갑자기 울린 휴대전화 너머로 김국진의 “마라도로 옮겼어”란 소리가 들린다. 휴대전화 성능을 광고하는 영상이었지만 ‘마라도=짜장면’이란 공식이 생겨났다. 마라도 짜장면은 해조류 톳과 해산물이 넉넉하게 들어간 짜장면이다. 이 섬의 ‘우연’이 짜장면이냐면, 그건 아니다. 짬뽕이다. 여행객 대부분이 짜장면만 생각하고 오는 이 섬엔 해산물이 산처럼 올라간 짬뽕이 있다. 육지 바닷가 짬뽕과는 결이 다르다.



제주/글∙사진 박미향 선임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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