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유예를 받으며 대출을 갚아가던 시행사가 갑자기 '기한이익상실(EOD)' 통지를 받은 뒤 사업이 사실상 멈춰서게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주단인 새마을금고가 담보대출 채권을 문제 삼아 부실채권관리기관 이관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분양이 전면 중단됐다는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 문학동의 A도시형 연립주택 사업장은 2021년 준공 이후 분양을 진행해 현재 전체 주택 107가구, 상가 20호실 가운데 약 60%가 이미 분양·입주를 마친 상태다.
문제는 남은 40%의 미분양 물량. 시행사는 나머지 분양도 완료하기 위해 도배와 잔수리 같은 분양 촉진 비용을 직접 부담했고 공실 관리와 입주민 하자 처리 비용을 충당해 왔다. 분양대금이 들어오면 운영비로 활용하고 동시에 대출 원금을 갚는 구조였다. 이 사업에는 서울 동작구 B새마을금고 등 14개 새마을금고가 참여한 대주단을 통해 총 365억원 규모 담보대출이 집행됐고 현재 잔액은 약 180억여원이다.
상황이 급반전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대주단은 분양대금이 들어올 때마다 갚아야 하는 원금 상환 비율을 기존 70%에서 80%로 올렸다. 한 달 전인 7월에 만기 연장을 한 뒤 곧바로 상환 조건을 바꾼 것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분양대금보다 상환액 비중이 커지면서 운영자금이 급격히 부족해졌다"며 "분양을 이어가야 상환도 가능한데 상환을 먼저 강화하면서 사업 진행 자체가 막혔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새마을금고 측은 "해당 거래는 투자가 아니라 대출"이라는 입장이다. 금고 관계자는 "시행사의 수익 상황을 고려해 상환을 덜 받을 수는 없다"며 "애초 계약상 감정평가액의 86%까지 상환하도록 돼 있었고 분양 여건을 감안해 한시적으로 70%까지 낮춰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80%로 상향한 것도 약정 범위 내에서 이뤄진 대주단의 권리 행사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쟁점은 기한이익상실(EOD) 통지다. EOD는 금융기관이 "더 이상 약속한 기간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조치로 사실상 대출 회수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시행사 측은 "과거 EOD 이후 회생절차와 채무조정을 거쳐 새 약정을 맺고 상환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다시 EOD를 통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새마을금고 측은 EOD 통지에 대해서도 입장을 달리 한다. EDO를 통지할 충분한 사유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새마을금고에 따르면 분양대금 중 일부를 '분양 촉진 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전제 아래 상환 비율을 낮춰줬는데 이후 해당 자금이 운영비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고 금고 측은 이를 EOD 사유인 '허위 또는 부정확한 보고'로 판단했다. 지난해 7월 만기 연장 당시에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8월 해당 내용을 확인했고 이에 즉각 EOD를 통지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후 해당 채권은 새마을금고가 지난해 7월 출범시킨 NPL(부실채권) 정리 자회사인 MG암코에 이관돼 평가 절차에 들어갔다. MG암코는 부실채권을 사들여 정리하는 전문 기관이다. 다만 평가 결과 가격이 기대보다 낮게 나오면서 실제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대주단 내부에서도 "헐값에 넘기는 것은 회원 재산 보호라는 명분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과 "더 늦기 전에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채권은 매각도, 정상 관리도 되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로 남았다. 그 사이 시행사는 상환 압박 속에 분양을 중단했고 이미 입주한 가구가 있는 상황에서 공실 관리와 하자 처리 비용만 계속 부담하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정리를 하겠다면 정리를 하든지, 정상화를 시키겠다면 시간을 줘야 하는데 둘 다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을 최근 상호금융권 전반의 연체율 관리 압박과 맞물려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까지 상호금융권의 평균 연체율을 4%대 수준으로 낮추라는 방침을 밝힌 이후 실제로 상호금융권에서는 부실채권을 조기에 정리하거나 NPL 자회사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실제 매각이나 현금 회수 없이 장부상 연체율만 낮추는 이른바 'NPL 파킹' 논란도 제기된다.
이번 사례 역시 MG암코 매각이 불발되며 채권은 정리되지 않았고 사업장이 분양 중단 상태에 놓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규정과 원칙을 중시한 금융기관의 판단과, 개별 사업장의 정상화 가능성을 둘러싼 시각이 충돌한 사례"라며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없더라도 결과적으로 사업이 멈췄다면 대주단 판단의 적절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시행사 측은 상황 전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최근 행정안전부에 민원을 제출했다. 상환유예와 약정 연장 하에 관리되던 담보대출에 대해 EOD를 통지한 경위와 상환율 상향과 MG암코 이관 추진이 절차적으로 적정했는지에 대해 감독당국의 판단을 요청한 것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채권관리 과정에서 규정을 어긴 부분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차주와의 소통이 보다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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