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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병원과 의사 이해의 폭과 편안한 진료

머니투데이 이상욱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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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로이터=뉴스1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로이터=뉴스1



사람은 누구나 일생에서 몇 번은 병원을 찾는다. 감기 같은 가벼운 질환부터 골절, 만성질환 관리, 암 치료에 이르기까지 병원은 우리 삶에서 필수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병원을 '이용하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는 병원을 매우 익숙한 장소로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병원이 어떤 원리로 운영되고 어떤 기준으로 환자를 분류하며 어떤 순서로 치료를 제공하는지는 거의 알지 못한 채 병원을 이용한다. 아마도 병원이란 시설이 갖는 특수성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이런 연유로 불필요한 불안을 만들고 의료현장에 혼란을 주며 심한 경우 위급한 순간에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위험까지 있다.

요즘 자동차 뒷유리에 붙인 '아이를 먼저 구해주세요' '혈액형 A+' 같은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다. 아이의 안전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아이가 응급실에 실려왔다고 해서 차량에 적힌 혈액형을 그대로 믿고 곧바로 수혈을 진행하는 병원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의료진은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반드시 혈액형을 다시 검사하고 결과를 확인한 후 수혈을 시행한다. 이는 행정절차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병원의 운영방식이다. 반면 '차 안에 아이가 타고 있다'는 표시는 안전운전을 위한 경각심을 주거나 사고시 구조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 맞는 필요한 정보인가다.

병원 이용과 관련된 또 하나의 대표적인 오해는 '입원'에 대한 인식이다. 많은 보호자가 병원에 오면 우선 입원부터 시켜달라고 요청한다. 집이 멀어서, 통원치료가 불편해서, 혹은 병실에 있어야 심리적으로 안심이 된다는 등 이유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3차병원의 입원실은 단순히 안정과 휴식을 취하게 함으로써 환자의 회복을 돕는 공간이 아니라 중증환자를 단기간에 집중치료해 위급한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비용이 투여된 시설이다. 병상 하나, 의료진 한 명, 장비 하나하나가 모두 중환자의 집중적인 치료를 위한 전제로 구성되고 설치되고 배치된다. 따라서 단순한 편의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입원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3차 의료기관은 의료자원의 구조와 취지에 맞지 않으며 이는 정작 중증환자가 치료받을 기회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오해는 응급실에서도 일어나는데 진료를 빨리 받기 위해, 입원을 위한 편법으로 응급실을 이용하는 환자들로 인해 대형 병원 응급실은 항상 과밀상태에 놓여 있다. 응급실을 빠른 진료창구로 인식할수록 정작 생명이 위급한 환자는 제때 치료받지 못할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 응급실은 늘 한계치에 가까운 긴장상태로 운영되는 필수 보건인프라다.

스스로 진단하고 결정하므로 치명적인 실수를 할 때도 있는데 "현재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서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표현이다. 의사가 어떤 환자를 치료하려고 할 때는 그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만 고려하는 것은 아니고 그 치료를 시행해도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치료 후엔 그 치료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하는지 등을 통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 치료를 하는 것보다 치료를 멈추는 판단이 때로는 더 어렵고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때도 있다. 진료시 환자들은 약을 너무 독하게 써서, 또는 치료를 과하게 해서 이런 표현을 많이 하는데 이런 표현을 하는 이유는 병원이나 의사의 역할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해서 생긴 오해에 불과하다.

병원과 의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 때 환자는 좀 더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의사의 역할은 치료를 기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치료가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정확히 판단하는 일이란 점이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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