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손으로 만드는 작품이 향수 자극… AI 시대, 아날로그 마케팅이 사랑받는 이유

조선일보 백수진 기자
원문보기
日 출판사·獨 포르셰 광고 호평
“빠른 기술 발전에 대한 반작용”
새해를 맞아 일본 출판사 고단샤가 신문에 실은 전면 광고. 서점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과 함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서점에 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새해를 맞아 일본 출판사 고단샤가 신문에 실은 전면 광고. 서점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과 함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서점에 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지난 1일 일본 아사히신문 등에 실린 한 출판사의 광고가 소셜미디어에서 수천 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화제를 일으켰다. 일본 대형 출판사인 고단샤가 신간 홍보가 아닌, 서점의 가치를 강조하는 캠페인성 광고를 전면에 실은 것이다. 연필로 그린 듯한 그림에는 서점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이 담겼고, 그 옆에는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분명 서점이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서점으로 이어지는 길처럼 차곡차곡 쌓아 올린 문장에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서점이 필요한 이유가 담겼다. “서점에 가면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은 100년 전에 살았던 사람일 수도 있고, 1만㎞나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일 수도 있으며,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을 하며 살아온 사람일 수도 있다. (…) 분열의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이해하기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서점에 가자.”

지난달 공개된 포르셰의 크리스마스 광고. 창작자가 손으로 그린 스케치와 컴퓨터 그래픽(CG)을 결합해 만들었다. /포르셰

지난달 공개된 포르셰의 크리스마스 광고. 창작자가 손으로 그린 스케치와 컴퓨터 그래픽(CG)을 결합해 만들었다. /포르셰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콘텐츠가 범람하는 가운데, 인간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아날로그 마케팅이 오히려 주목받고 있다.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고 물성(物性)을 강조하는 ‘아날로그’는 올해도 주요 트렌드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 전통과 원조에 대한 관심을 뜻하는 ‘근본이즘’을 올해의 키워드로 꼽으며 “AI 활용이 늘수록 사람들은 아우라를 내뿜는 근본을 찾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적 근본, 시대적 근본, 역사를 견뎌낸 전통과 원조가 그 대상”이라며 “AI 시대의 과도한 변화와 발전이 불러일으킨 반작용과도 같다”고 했다.

지난달 공개된 독일 자동차 브랜드 포르셰의 크리스마스 광고도 AI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수를 받았다. 30초 분량의 광고는 고전적인 2D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새 차를 몰고 산길을 지나 도시로 향하는 여정을 따라가며 계절이 차례로 바뀌는 모습을 담았다. “AI를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자, 포르셰는 창작자가 손으로 직접 그린 스케치 등 제작 과정을 공개해 여론을 반전시켰다.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끝까지 본 광고” “AI를 안 써줘서 고맙다” 등의 댓글이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비슷한 시기 코카콜라와 맥도날드가 AI로 제작한 광고를 내놨다가 “기괴하다” “영혼이 없다”는 혹평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보스턴글로브 신문에 실린 영화 '더 드라마' 광고. /A24

미국 보스턴글로브 신문에 실린 영화 '더 드라마' 광고. /A24


개성 있는 영화와 독특한 마케팅으로 팬층이 탄탄한 할리우드 영화사 A24 역시 신문 광고를 통해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난달 미국 보스턴글로브 신문의 연애 상담 코너 옆에는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젠데이아의 ‘약혼 소식’이 실렸다. 실제 기사가 아닌, 두 사람이 주연하고 A24가 제작한 영화 ‘더 드라마’의 광고로 극 중 캐릭터들의 약혼을 알리는 청첩장 형식이었다. ‘더 드라마’는 미국 보스턴 곳곳에서 촬영한 로맨스 영화로, 지역 신문을 통해 영화 속 세계관을 오프라인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하며 “영리한 마케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흐름은 소비 트렌드에서도 확인된다. 생활변화관측소의 ‘2026 트렌드 노트’에서는 뜨개질이나 독서 같은 아날로그 취미의 부상을 올해의 트렌드로 선정했다. 그 이유로 ‘안정감’을 꼽으며 “높은 불확실성과 과잉 자극에 지친 사람들은 반대급부로 온건한 안정감을 원하며, 그 결과 안정감은 이 시대가 추구하는 최우선 가치로서 언급량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수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정관장 현대모비스 승리
    정관장 현대모비스 승리
  2. 2광주 전남 통합
    광주 전남 통합
  3. 3교황 베네수엘라 우려
    교황 베네수엘라 우려
  4. 4안성기 박중훈 그리움
    안성기 박중훈 그리움
  5. 5마르티넬리 비매너 논란
    마르티넬리 비매너 논란

조선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