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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권 의혹은 모두 경찰에 넘겨 뭉개고 묻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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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공천 헌금’을 건넸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한 전직 동작구 의원 A씨가 8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공천 헌금’을 건넸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한 전직 동작구 의원 A씨가 8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병기 민주당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척이 없는 가운데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증거를 인멸하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강선우 의원에게 공천을 위해 뒷돈 1억원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 김경 서울시 의원 등 관련자들이 텔레그램, 카카오톡 등 메신저앱에서 최근 탈퇴 후 재가입했다고 한다. 기존의 대화 내용을 일괄 삭제할 때 사용하는 수법이다. 경찰이 이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해도 범죄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

경찰은 8일 김병기 의원에게 1000만원을 건넸다가 돌려받았다는 전직 서울 동작구 의원을 불러 조사했다. 그는 다른 구의원과 함께 2023년 12월 공천 뒷돈을 폭로한 탄원서를 민주당에 전달한 사람이다. 김병기 의원이 해고한 보좌진이 이 탄원서를 작년 11월 관할 동작경찰서에 접수시켰다. 경찰은 그 즉시 해당 동작구 의원을 소환·조사했어야 하지만 뭉개고 있다가 사건이 표면화된 뒤에야 부른 것이다.

심지어 경찰은 이 사건을 배당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년 말 강선우 의원 공천 뒷돈 문제와 김병기 의혹으로 번지고 시민단체의 고발이 접수되자 그제야 수사를 시작했다. 사건이 공개되지 않았으면 완전히 깔아뭉갰을 것이다. 그사이 핵심 혐의자인 김경 시의원은 지난달 31일 미국으로 출국해버렸다. 경찰이 도주를 방조한 것이다. 만약 국민의힘 공천과 관련된 뒷돈 사건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경찰 수뇌부는 이미 경질됐을 뿐만 아니라 수사까지 받고 있을 것이다.

특히 초기 수사를 담당한 동작경찰서의 행태는 그 자체가 범죄라고 할 수밖에 없다. 2024년 시작한 김병기 의원 아내의 구의회 법인 카드와 차남의 숭실대 입학 및 취업 청탁 의혹을 뭉개기 수사로 일관했다. 배우자 법인 카드 의혹은 결국 무혐의 처리했다고 한다. 의원 아내가 지역구 구의회의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해도 무혐의인가. 그 과정에서 김병기 의원이 동작경찰서장과 통화했고, 경찰의 내사 자료까지 건네받았다는 전직 비서관의 폭로도 나왔다. 경찰이 수사 대상에 대한 내사 자료를 수사 대상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범죄가 아니면 무엇이 범죄인가.

지금 경찰은 수사 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 수사 기관의 외피를 쓰고 권력 비리를 덮는 하청 기관에 가깝다. 경찰은 앞으로도 법치를 수행하는 제대로 된 수사 기관이 될 수 없다. 그렇게 되려면 작은 씨앗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민주당 정권은 자신들 의혹은 모두 경찰에 넘겨서 뭉갤 가능성이 높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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