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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천국의 난’, 내전 그 이상의 전쟁[책과 삶]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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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가을
스티븐 플랫 지음 | 임태홍 옮김
글항아리 | 720쪽 | 4만2000원

영국이 아편전쟁을 통해 청나라에 무역 개방을 강요한 최종 결과로 나타난 ‘하나의 엄청난 혁명’. 미국 신문의 런던 통신원으로 일하던 카를 마르크스는 1853년에 작성한 기사에서 ‘태평천국의 난(1851~1864년)’을 그렇게 규정했다.

‘태평천국의 난’은 외형적으로 만주족 지배 권력과 한족 백성이 충돌한 내전으로 보이지만, 중국인만의 전쟁은 아니었다. 그것은 유럽과 미국 등이 얽힌 세계적 사건이었다. <천국의 가을>은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태평천국의 난’을 다룬다. 저자는 이 책을 쓴 목적에 대해 “중국을 19세기 세계사에서 제 위치로 돌려 놓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영국은 내전 초기에 원칙적으로 중립을 취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전세를 봐가면서 승기를 잡는 쪽의 손을 들어줄 심산이었던 것이다. 영국 외교전의 바탕에는 ‘어느 쪽이 무역에 유리한가’라는 셈범이 깔려 있었다.

내전이 장기화되자 결국 영국은 중립을 버리고 개입한다. 저자는 “증국번의 군대와 영국의 무계획적 개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덕분에 청나라가 구제되었다”고 말했다. 책은 외세의 개입이 내전의 역학에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 밀도있게 묘사한다.

영국은 반란이 진압되면 무역 호황이 찾아와 자국에 큰 이득을 안겨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영국은 오히려 내전 중에 더 많은 이익을 챙겼다. 가령 중국인 부자들과 자본이 상하이로 피란하면서 상하이의 부동산 가치가 급상승하고 무역이 활성화됐는데, 이로 인해 영국 상인들은 상당한 부를 챙겼다. 영국은 내전의 조기 종식을 바랐을까.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서양인 선교사들도 내전의 역학에 영향을 주었다. 그들은 개종을 목적으로 반란군에 합류하거나 자국의 메신저 역할도 했다. 선교사의 활동 역시 외세라는 측면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홍수전의 사촌 동생과 젊은 서양인 선교사가 만나는 장면을 책의 첫머리에 배치한 것도 그런 의도로 읽힌다.


서영찬 선임기자 akira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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