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말의 해라는 병오년이 되었다. 60년 전인 1966년도 같은 병오년이었다. 그때 나는 전라남도 신안군에 있는 작은 섬의 초등학교 분교 5학년이었다. 이상하게도 그해가 병오년이었다는 사실만은 또렷이 기억난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은 그해를 ‘더 일하는 해’로 저 높은 곳에 있던 누군가가 명명했다는 사실이다. 그 전해인 1965년은 ‘일하는 해’였다. 박목월 시인이 작사했다는 “올해는 일하는 해 모두 나서라”로 시작하는 노래도 있었다. 우리는 그 노래를 학교에서 배웠고, 동네 스피커에서도 간간이 들려왔다. 지금도 그 노래의 멜로디가 기억난다.
왜 ‘일하는 해’였을까? 개인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되지 않던 시절이니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증산, 수출, 건설’이 국가의 목표였던 때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2025년 수출은 7000억달러가 넘었고, 2024년 기준 국민소득은 3만6624달러로 인구 5000만명 이상인 국가 가운데 6위라고 한다. 현기증이 난다. 1965년 총수출액이 1000만달러였다고 하니, 지난 60년 동안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여러 면에서 돌이켜보면 긍정적인 변화가 많았다. 물론 그사이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쨌든 역사라는 괴상한 물건은 조금은 밝은 쪽으로 그 수레바퀴를 굴려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섬마을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다시 학생이 되어 미술을 공부했다.
이후로는 거리와 재개발 지역, 섬들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작품을 만들어 발표하고, 팔고, 그리고 대단치 않은 책을 몇권 썼을 뿐이다.
지금 지면에 올린 사진도 거리에서 찍어둔 적당한 말 조각 사진이 있어 그걸 쓸까 하다, 요즘 대세라는 인공지능(AI) 제미나이가 만들어준 달리는 말의 이미지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이 이미지야말로 내가 기억하는 병오년과 지금 사이에 놓인 6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보여주기에 알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60년 전에는 누구도 AI라는 것이 사진이나 그림 같은 이미지를 글만 써넣으면 손쉽게 만들어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물론 AI가 만들어준 이미지가 꼭 맘에 들어서 실은 것은 아니다.
일종의 클리셰에 가까운 이 이미지는 사진은 결코 아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사진이란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빛을 정착해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AI는 단지 사진과 매우 비슷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뿐이다. 회화든, 만화든, 동영상이든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AI가 만들어낸 어떤 형식의 이미지가 유행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 오히려 수많은 가능성을 어떻게 탐색할까를 고민할 일이다.
1966년 병오년, 전라남도 신안군의 머나먼 섬까지 도착한 ‘미국 국민이 기증한 밀가루’를 타다 먹던 시절에서 미국이 제 나라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라고 강제하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아이들이 60년 뒤에 마주하게 될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AI는 그 답을 알고 있을까?
강홍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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