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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이제는 법원의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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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해가 밝았다. 선출된 권력이 감히 주권을 침해하고 헌정을 유린하려 한 역행적 계엄으로 시작부터 혼란스러웠던 2025년과 비교하면, 감개무량한 세초의 나날이다. 빛의 혁명을 완수하고자 애써온 국민 모두의 헌신과 용기에 힘입어, 밝지만은 않은 국내외 여건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훨씬 더 나은 환경에서 내일을 이야기하며 2026년을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조선 산업의 성장, K콘텐츠의 확장, 그리고 지방선거를 통한 정치 지형의 변화까지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중요한 과업이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불과 1년여 전, 망국적 위기 상황을 경험했고, 그에 대한 법적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독점과 배제의 권력구조를 만들려 했던 남용적 계엄으로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협을 받았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벌써 1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소비했고, 탄핵과 대선을 거치며 어느 정도 정치적 회복을 이뤘다. 그러나 조악하고 폭압적인 포고령을 앞세워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기 위해 무장한 군을 동원했던 일당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이란 말처럼 2026년 건실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구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주헌정을 파괴하려한 삿된 계엄조치에 대해 법원의 준엄하고 추상같은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법원의 판단만으로 12·3 비상계엄에 강제로 지불된 우리 사회의 ‘사기저하 비용(demoralization cost)’을 온전히 돌려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헌정기관의 권한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한 그 생생한 현장을 실시간으로 목도하고, 또 스스로 이를 막아낸 국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이자 격려가 될 수 있다. 나아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계속 지불되는 아픈 경험의 재연을 막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법원의 판단은 분명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지닌다.

겨울 휴정기까지 반납한 담당 재판부는 연초에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죄 재판과 유관 사건들에 대한 1심 선고를 예정하고 있다. 재판 당사자들의 잦은 불출석과 다양한 사법 방해 전술로 재판 절차와 정의 집행이 지연되는 것에 노심초사하던 국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제 많은 국민은 지난해 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탄핵심판을 무리 없이 수행했던 헌법재판소의 바통을 법원이 어떻게 이어받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대통령의 파면 여부에 국한되지만 계엄조치에 대한 종합적인 법적 판단은 비로소 법원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이라는 내란죄 구성요건에 계엄행위가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국헌문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말해 우리 헌법이 수호하려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법원의 헌법적 판단이 내려질 것이기에 그러하다. 따라서 1심에서 사실관계를 명백히 확정하고 올바른 결론에 이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판단 과정이 단순히 법문과 선례를 반복하는 기계적 방식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질서에 대한 심도 있는 숙고를 통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지난해 봄의 탄핵 결정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단순히 결과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판단의 이유를 설시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바람직한 민주주의의 양태에 대한 논의, 즉 ‘민주주의는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으로서, 대등한 동료시민들 간의 존중과 박애에 기초한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공적 의사결정을 본질로 한다’는 논의, 그리고 ‘민주주의는 갈등과 긴장을 극복하고 최선의 대응책을 발견하는 데 뛰어난 적응력을 갖춘 정치체제라는 점에서 민주적 절차와 방법을 따라야 한다’는 논의는 K민주주의가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는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강화했기 때문에 ‘결정문 필사 챌린지’와 같은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헌정기관으로서 헌법 해석의 자격과 책무를 갖춘 법원 역시 내란죄 처벌규정이 보호하려는 법익인 헌법과 민주헌정 운영의 핵심 가치를 충실히 논증하고 제시한다면 대한민국 민주헌정의 질적 제고에 기여하는 기념비적 판결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법원이 헌법 해석과 구현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사법의 책임성을 실천하는 것으로 사회적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것이다. 2026년 대한민국의 새롭고 희망찬 시작이 법원에서부터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박종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종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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