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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시각] 현대차의 CES, ‘장밋빛 기술쇼’로 남지 않으려면

조선비즈 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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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피지컬 인공지능(AI)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경제 사절단의 일원으로 동행한 후 곧바로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했다. AI 칩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대한 기대감까지 커지면서 현대차는 이번 CES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가 됐다.

금융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지난 7일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전날 대비 14% 넘게 급등했고, 현대차그룹의 IT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는 상한가에 가까운 26.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CES에서 보여준 기술의 현실적인 수준과 이를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 전략은 보다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성공이라는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과거 실패 사례를 들여다보고 ‘오답노트’를 작성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CES에서 하늘을 나는 이동 수단인 도심항공 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를 전면에 내세우고 중요한 신사업으로 소개했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개인용 비행체(PAV·Personal Air Vehicle) 개발을 최대한 신속히 완료하고 2028년쯤부터 상용화하는 게 목표”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껏 현대차는 기체 개발조차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현대차는 당시 UAM 사업의 총괄 책임자로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신재원 사장을 영입했지만, 그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지난해 8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UAM은 자율주행차와 로봇, 수소모빌리티 등에 밀려 현대차의 주요 신사업에서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UAM 시장이 빠르게 생길 것이라는 오판이 그룹의 신사업 방향을 잘못 잡게 했고, 기술에 대한 내부 평가가 과장됐던 것이 실패로 이어진 셈이다.

현대차는 불과 약 두 달 전만 해도 부진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며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미국의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완벽에 가까운 자율주행 기술인 FSD(Full Self-Driving)을 상용화하고 국내 시장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하자, 현대차의 지지부진한 성과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현대차가 자율주행 분야에서 뒤처졌던 것에 대해 내부에서는 지난 2021년 기술 개발을 이끌 책임자로 송창현 전 포티투닷 사장을 영입하고 4년여 간 내부적으로 철저한 검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송 사장은 결국 지난달 초 짐을 쌌다. 정 회장도 이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인정한듯 올해 신년사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는 숨기지 말고 빨리 수면 위로 올려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가 개막한 6일(현지 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현대차그룹 부스를 방문해 차세대 자율주행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시연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가 개막한 6일(현지 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현대차그룹 부스를 방문해 차세대 자율주행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시연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현대차가 최근 신속하게 조직을 재정비하고 정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앞장서 전략 변화에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현대차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시절부터 원자재에서 부품,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연구개발(R&D)과 생산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전략을 펴 왔다. 정의선 회장이 오랜 전통을 포기하고 엔비디아와의 협업과 동맹을 모색하는 것은 벌어진 기술 격차를 가장 빠르게 좁히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 풀이된다.

현대차가 만약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통해 높은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경우 현재의 세계 3대 완성차그룹의 위치에서 ‘글로벌 톱(Top) 메이커’로 올라서는 것도 실현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최근 판매 부진과 과잉 생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본 도요타는 전동화 전환에서 뒤처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 완성차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전동화 전환에도 성공했다. 여기에 높은 수준의 부품과 IT 계열사까지 갖추고 있다. 엔비디아가 전략적 협업의 파트너로 현대차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의 전략이 계획대로 실현되기 위해선 냉정한 자기 평가와 치밀한 검증을 통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현대차는 최근 수 년 간 경직된 기업 문화를 개선하고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혁신을 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다양한 신사업들이 빠르게 진행되고 시장과 기술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으로 인해 성과에 대한 평가와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줄곧 제기돼 왔다.

과거 정주영 회장의 “이봐, 해 봤어?”란 발언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현대그룹 특유의 자신감을 상징한다. 그 DNA는 손자인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로 고스란히 계승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기술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이봐, 제대로 하고 있어?”라는 물음도 필요하다.

현대차가 UAM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남긴 아쉬움을 중요한 오답노트로 삼아 냉정한 자기 평가와 검증, 치밀한 협업 전략을 통해 글로벌 모빌리티·로봇 시장의 선두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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