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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든든한 돈줄이었는데” 보험사 회사채 역대급 매도…‘생산적금융’ 막는 건전성 규제 [머니뭐니]

헤럴드경제 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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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험사 회사채 순매도 4.3조 육박
2021년 이후 5년 연속 ‘팔자’…누적 12.7조
킥스 규제 대응에 리스크 큰 회사채 털어내기
국채 쏠림은 더욱 심화…전체 순매수의 75%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역행…“점검 필요”
지난해 보험사의 회사채 순매도 규모가 4조2592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가운데 건전성 규제 대응에 국채 쏠림이 심화하면서, 보험업계의 기업 자금 공급 역할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제미나이를 이용해 제작함]

지난해 보험사의 회사채 순매도 규모가 4조2592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가운데 건전성 규제 대응에 국채 쏠림이 심화하면서, 보험업계의 기업 자금 공급 역할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제미나이를 이용해 제작함]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보험사가 국채 매수 규모를 갈수록 확대하는 반면, 지난해 회사채는 역대 최대 규모로 매도했다. 새 건전성 규제 영향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 국채 비중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건전성 규제로 정부가 강조해 온 ‘생산적 금융’이 발목 잡힌다는 점이다. 채권 시장 내 큰손으로 꼽히는 보험사가 기업 자금 공급에서 손을 떼면, 그만큼 기업의 숨통이 좁아진다. 기업에 돈을 대주던 보험사가 건전성 규제 부담에 되레 자금을 거둬들이는 상황이 고착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의 회사채 순매도 규모는 4조2592억원으로 집계됐다. 통계 집계가 가능한 지난 2006년 이후 20년 중 가장 큰 규모다. 보험사의 회사채 ‘팔자’ 행렬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2021년 5590억원의 순매도로 전환하기 시작해 ▷2022년 2조9435억원 ▷2023년 2조7802억원 ▷2024년 2조1775억원의 순매도가 계속됐다. 지난해는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5년간 누적 순매도 규모만 12조7194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보험사는 채권시장에서 기업의 든든한 돈줄 역할을 해왔다. 회사채는 기업이 설비투자나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핵심 창구다. 보험사들은 회사채 순매도로 돌아서기 전인 2021년 이전 15년 동안 연평균 3조원이 넘는 자금을 기업에 공급해 왔다. 특히 지난 2011년에는 한 해 동안 11조711억원의 회사채를 사들이며 기업의 자금 순환에 이바지했다. 하지만 이제는 매해 돈을 거둬들이며 기업자금 흐름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킥스 규제 체계서 회사채는 ‘짐’·국채는 ‘답’
이런 배경에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함께 도입된 건전성 규제가 있다. 현행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제도에서 회사채는 신용위험이 있는 자산으로 분류돼 위험가중치가 높다. 같은 금액을 투자해도 국채보다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한다. 반면 국채는 무위험 자산으로, 자본 부담이 없다. 게다가 만기가 긴 초장기물(30년 등)은 보험 부채와의 듀레이션(금리 민감도) 매칭에도 유리하다. 보험사 입장에선 수익률이 낮아도 규제 충족을 위해 국채를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규제 안에서 어떻게 수익을 낼지 고민했다면, 지금은 리스크를 감당할 여력 자체가 제약받는 상황”이라며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건전성 비율을 맞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보험사의 위험 감수 능력이 규제로 제약받는 사이, 국채 매수는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 보험사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25조174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국채가 18조8489억원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2년 전인 2023년(6조758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불어났다. 지난해 금리 인하 국면도 국채 쏠림을 부추겼다. 금리가 떨어지면 장기 채권 가격이 오르고, 보험사들은 금리 인하 초입에 초장기 국채를 사들이면 자본차익을 도모할 수 있다.

보험업계의 이런 자금 운용 현실은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와도 상반된다. 이재명 정부가 금융 자금이 실물 경제와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 경제 활력을 높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기관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보험사가 건전성 규제를 쫓는 데에 급급해 모험자본 공급과 갈수록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실제 보험사들은 더욱 공격적인 성격의 모험자본 공급에도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회사채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벤처·지분투자, 대출 등이 이뤄지지만,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험업계 투자 담당 고위 관계자는 “회사채가 줄어드는 흐름과 마찬가지로 모험자본 공급도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이를 돌리려 하고 있지만, 보험사는 장기 부채 특성상 자산운용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자본 규제,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점검 필요”
당분간 이런 흐름은 뒤집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시장 금리가 다시 올라서고 있지만 올해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앞두고 국채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기본자본 킥스·듀레이션 갭 규제 도입 등 금융당국의 건전성 강화 규제는 이런 흐름을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


결국 보험사의 기업 자금 공급 역할을 회복하려면 규제 체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현행 건전성 규제에서는 비상장주식이나 벤처투자에 높은 위험계수가 적용돼 자본 부담이 크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정책펀드 투자와 생산적 부문 직접 투자에 대한 자본규제를 개편해 투자 유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방향으로 규제를 손질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16년부터 시행 중인 통합 건전성 규제 ‘솔벤시Ⅱ’를 최근 개편했다.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 보유해야 할 자본량 기준을 정한 제도인데, EU는 인프라나 벤처 등 전략적 부문에 투자할 때 쌓아야 하는 요구자본 비중을 대폭 낮췄다. 규제 문턱을 낮춰 보험사 자금이 자연스럽게 실물 경제 지원으로 흐르도록 유도한 조처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실장은 “보험부채의 시가평가 환경과 저금리 기조는 자본 변동성을 확대해 보험회사의 위험자산 투자를 제약할 수 있다”며 “생산적 부문에 대한 자본규제 개편과 함께 파생상품 등을 통한 자본관리 효율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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