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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임기범의 AI혁신 스토리…AI 시대, 대학에 획일적 지원을 멈춰라

연합뉴스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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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는 기초로, 사립대는 자율로…대학 구조의 '파괴적 이원화' 필요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 영문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임기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 객원교수[본인 제공]

임기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 객원교수
[본인 제공]



◇ 인공지능(AI) 시대, 대학의 '이중잣대'를 끝낼 때

우리 대학 시스템은 AI 시대의 급변하는 요구에 대응하지 못한 채 낡은 옷을 입고 있다. 국립이든 사립이든 똑같이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고, 똑같은 규제에 묶여 모두가 '정부 가이드라인'만 바라보는 하향 평준화 상태다. 마치 성능이 떨어진 모든 차에 똑같은 휘발유를 주입하며 속도를 내라고 요구하는 격이다.

사립대는 전체 대학의 85%를 차지하고, 대학생의 70% 이상이 사립대에 다닌다. 한국 대학 교육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사립대는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투자가 필요한데, 국가 지원은 부족하고 등록금 인상도 17년간 묶여 있다. 학과 개편 같은 구조조정도 마음대로 못 한다. 재정도 안 주면서 손발은 묶어놓은 격이다.

◇ AI 경쟁력은 기초연구에서 나온다

정부는 최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통해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등 5개 민간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각 팀은 대학과 함께 세계적 수준의 한국형 AI 모델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문제는 이것이 기업 주도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주관은 기업이고, 대학은 보조 역할이다. 단기 성과 중심의 응용연구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는 끊임없는 재학습과 고도화가 필수다. 글로벌 빅테크조차 매년 수조원을 투입하는 영역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초연구다. AI뿐만 아니라 양자컴퓨팅, 바이오, 재료과학 등 모든 첨단 기술의 기반은 대학의 기초연구에서 나온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들은 재정난에 허덕이며 시설 투자도 인재 확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시장의 수요가 없더라도 인류의 장기적 발전과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기초학문에 누가 투자할 것인가? 시장은 하지 않는다. 국가가 해야 한다.

◇ 대학 구조의 이원화: 국립대는 기초로, 사립대는 자율로


이제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국립대와 사립대의 역할을 철저히 분리하고, 각자의 목적에 맞게 특화시키는 것이다.

국립대학은 국가의 역할, 즉 공공성과 기초연구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국가는 국립대에 대한 지원을 지금보다 몇 배로 늘려, 학생들이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순수 과학, 인문학 등 기초학문 분야에 집중하고, AI 파운데이션 모델부터 양자컴퓨팅까지 장기적 기초연구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 국립대는 시장의 부침에 흔들리지 않는 '학문과 연구의 안전망'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 대신 등록금 동결은 계속 유지한다.

반대로 사립대학은 철저히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 현재 사립대를 향한 모든 국가의 재정 지원을 끊는 동시에, 등록금 책정부터 교과목 선정, 학과 개편까지 모든 행정적 제약과 제재를 철폐해야 한다. 즉, 국가의 돈을 받지 않는 대신 국가의 규제도 받지 않는 완전한 자율권을 주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용적인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립대는 기업과 긴밀히 협력하며 실무 중심 교육을 할 것이다. 기업들도 환영할 일이다. 대졸 신입사원을 뽑아서 다시 교육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계약학과(기업이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취업까지 보장)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등록금 폭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등록금을 무작정 올리는 대학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경쟁력 없는 대학이 등록금만 올리면 학생들은 바로 외면할 것이다. 자율화는 오히려 대학이 확보한 재원으로 경제적 약자를 지원하는 한국형 아이비리그 장학금 시스템의 토대가 될 수 있다. 가치를 높인 만큼 가격을 책정하고, 그 수익으로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등록금 동결이라는 미명 아래 모든 대학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것보다 훨씬 윤리적이다.

지방대 소멸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경쟁력을 잃은 지방 사립대학을 정부 지원으로 연명시키는 행위야말로 학생과 지역 사회에 불량 교육을 제공하는 직무 유기다. 학령인구 급감 속에서 정부의 링거에 의존하는 이른바 '좀비 대학'의 정리를 지연시키는 것은 국가 경쟁력의 낭비일 뿐이다. 무엇보다 지역 소멸은 교육이나 대학 정책만으로 막을 수 없다. 산업 생태계, 주거 환경, 일자리 창출 등 종합적인 지역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 선택과 집중의 시간

학생들은 자신의 목표에 따라 명확하게 선택할 수 있다. 연구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학생은 국립대로 가면 된다. 저렴한 등록금으로 양질의 연구 환경을 누릴 수 있다. 졸업 후 바로 취업을 원하는 학생은 사립대를 선택하면 된다.

AI 시대는 평균의 시대가 아니라 초격차의 시대다. 대학도 평균적인 지원과 규제 속에 획일화되어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국립대는 국가의 기초를 다지고, 사립대는 시장의 혁신을 이끄는 구조의 이원화만이 대학이 소멸하지 않고 다시 한번 사회의 엔진 역할을 하게 만들 유일한 해법이다.

더 이상 이중잣대를 유지할 수 없다. 규제할 거면 제대로 지원하거나, 지원 안 할 거면 규제를 풀어야 한다. AI 시대, 한국 고등교육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임기범 인공지능 전문가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aSSIST) 객원교수 ▲ 현 AI경영학회 상임이사 겸 학술분과 위원장 ▲ ㈜나루데이타 CTO 겸 연구소장 ▲ ㈜컴팩 CIO ▲ 신한 DS 디지털 전략연구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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