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버스 운전석에서 쓰러져 끝내 숨졌습니다. 그런데 산재가 아니라네요. 그럼 아버지는 도대체 뭐 하다 돌아가신 건가요.”
핸드볼 H리그 여자부 SK슈가글라이더즈 주전 피벗 강은혜(30)는 아버지의 죽음을 이렇게 말한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였던 강용훈(당시 64)씨는 지난 2024년 11월 26일 오후 5시 30분 서울 강동구 명일초등학교 앞에서 버스를 운행하던 중 의식을 잃었다. 사고 당일 상황은 버스 안 CCTV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강씨가 갑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자 승객들이 다급히 달려와 상태를 확인하고 119에 신고했다. 강씨는 극심한 흉통 속에서도 버스를 차선 밖으로 빼 세운 뒤 의식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급대가 도착해 심폐소생술(CPR)과 응급 처치를 했지만, 그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약 5시간 만인 그날 밤 10시 20분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유족은 “운행 중 쓰러져 숨진 건데도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아버지는 12년 동안 같은 회사에서 버스를 몰았고, 정년 뒤에도 촉탁직으로 1년 단위 재계약을 이어갈 만큼 성실했다”고 했다.
핸드볼 H리그 여자부 SK슈가글라이더즈 주전 피벗 강은혜(30)는 아버지의 죽음을 이렇게 말한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였던 강용훈(당시 64)씨는 지난 2024년 11월 26일 오후 5시 30분 서울 강동구 명일초등학교 앞에서 버스를 운행하던 중 의식을 잃었다. 사고 당일 상황은 버스 안 CCTV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강씨가 갑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자 승객들이 다급히 달려와 상태를 확인하고 119에 신고했다. 강씨는 극심한 흉통 속에서도 버스를 차선 밖으로 빼 세운 뒤 의식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급대가 도착해 심폐소생술(CPR)과 응급 처치를 했지만, 그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약 5시간 만인 그날 밤 10시 20분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유족은 “운행 중 쓰러져 숨진 건데도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아버지는 12년 동안 같은 회사에서 버스를 몰았고, 정년 뒤에도 촉탁직으로 1년 단위 재계약을 이어갈 만큼 성실했다”고 했다.
이 사건은 최근 한 종편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버스 운행 중 사망 후 산재 불인정’ 사례로 먼저 알려졌다. 강은혜는 “처음엔 제 실명 공개를 망설였지만, 비슷한 처지의 기사들이 더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은혜는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피벗으로, SK 슈가글라이더즈의 중심 전력으로 뛰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땄고, 2020 도쿄 올림픽과 2024 파리 올림픽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은메달을 포함해 국제 대회 경험도 두껍다. 리그에선 2019-2020시즌과 2023-2024시즌 두 차례 ‘베스트 7’을 수상하며 ‘리그 최고 피벗’ 평가를 받았다.
2024년 7월 30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6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여자 핸드볼 A조 3차전 대한민국-노르웨이 경기. 강은혜가 슛을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강은혜는 “아버지는 심장 쪽 지병이 없었고, 매년 건강검진에서도 ‘정상’ 판정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담배는 피우지 않았고 술도 1년에 한두 번 정도 입에 대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쉬는 날이면 산을 오르거나 운동을 하며 컨디션을 관리했고, 심장·혈관 질환 가족력도 뚜렷하지 않았다는 게 유족 설명이다. 또 “업무가 바빠 아침 일찍 출근할 때도 많고 밤늦게 돌아오실 때도 많았다”며 “가족 입장에서는 ‘업무 부담이 누적돼 터진 것’으로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9월 3일 “과로 기준에 못 미친다”며 유족 급여·장례비 청구를 부지급 결정했다. 유족 측은 “운행 사이 대기시간 등을 업무시간에서 빼고 계산해 ‘과로 기준에 못 미친다’는 취지였는데 이는 근무 시간을 소극적으로 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족은 고용노동부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강은혜는 “산재가 승인돼야 우리 가족이 버틸 수 있다”고 했다.
심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강은혜는 “질병판정위원회에 들어갔는데 한 위원이 ‘왜 재해자 본인이 안 오고 따님이 왔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미 사망한 재해자에게 ‘왜 본인이 안 왔느냐’는 질문이 나온 것 자체가 유족에게는 “서류를 제대로 보고 판단하는 게 맞느냐”는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이 사안이 알려진 뒤 공단이 경위를 파악했고, 유족에게 해당 발언과 관련해 사과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교육·절차 보완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에 대해 “업무 중 사망이라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관련 법령과 고시·내부 지침에 따라 발병 전 근로시간, 업무 강도·환경 변화, 의학적 소견 등 제출된 자료를 종합해 업무와 질병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공단은 유족급여·장례비 부지급 결정 역시 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됐고, 결정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는 없었다는 것이다. 또 유족 측 재심사 청구가 접수되면서, 사건은 더 이상 근로복지공단에서 결론을 다시 내리는 절차가 아니라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서 다시 판단을 받는 국면으로 넘어간 상태다.
산재 인정의 핵심 쟁점은 ‘업무와 급성 심근경색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다. 질병성 산재는 넘어져 다치거나 추락하는 사고와 달리, 그 질병이 업무상 과로·스트레스 때문에 유발됐는지를 따진다. 김태우 노무사(노무법인 벗플러스)는 “심근경색 같은 질병은 ‘일을 하지 않았어도 생겼을 가능성’이 늘 제기된다”며 “공단은 내부 지침에 따라 근로시간을 가장 큰 뼈대로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유족 측은 “이 근로 시간 산정이 과도하게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입·출차 기록표를 근거로 출근 후 출근 확인·음주 측정 등에 “통상 5분 이내”가 걸린다며 입·출차 시간 5분을 업무시간으로 잡았다. 반면 유족은 버스 기사가 매일 반복하는 준비·정리 업무(운행 일지 수령, 차량 점검·청소, 입고 후 주차와 일지 반납 등)를 고려하면 출차 전후 최소 30분은 업무로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운행 사이의 대기시간 역시 주유·검차·요금함 처리 같은 부대 업무가 수반되는데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업무시간에서 제외한 것도 문제 삼았다.
또 강씨는 오전조·오후조를 교대하는 근무 형태였고, 주말에 불규칙한 추가 근무도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운전 습관을 점수화하는 ‘에코 시스템’이 스트레스로 작용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촉탁직(1년 단위 재계약)으로 일하면서 “점수가 낮으면 불이익이 있다”는 압박을 느꼈고, 재계약이 끊길까 봐 불만을 쉽게 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은혜는 “아버지는 원래 힘든 걸 티 내는 분이 아니었다”고 했다. 야간조를 마치고 새벽 1~2시에 집에 들어오면, 피곤과 소화불량 탓에 밥을 제대로 못 드실 때가 많아 강은혜가 냉장고에서 두유를 꺼내 건네면 말없이 받아 들고 잠자리에 드는 날이 잦았다고 한다.
이어 강은혜는 사고 당일을 떠올릴 때 가장 마음이 무너진다고 했다. 강은혜는 “아버지의 동료 기사님이 전해준 얘기를 듣고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사고 당일 강씨가 동료 기사로부터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이니 들어가서 쉬라”는 말을 듣고서야 “나 이제 안 될 것 같다, 쉬어야 될 것 같다”고 했다는 얘기를 장례식장에서 전해 들었다고 한다. 강은혜는 “아버지가 원래 ‘아프다’는 말을 먼저 꺼내는 분이 아닌데, 그날은 결국 그 말을 했더라”고 했다.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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