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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신종근의 'K-리큐르' 이야기…숲속 보물이 술로 승화한 버섯술

연합뉴스 이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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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충남도 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장생녹각영지버섯'[연합뉴스 자료 사진]

충남도 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장생녹각영지버섯'
[연합뉴스 자료 사진]



버섯은 벼, 과실, 채소, 꽃 등과 같이 식물도 아니고, 소나 돼지, 닭 등과 같이 동물도 아니다. 버섯은 균류(fungi) 중 곰팡이에 속하는 미생물이다. 식물은 엽록체를 가지고 있어 햇빛을 받아 광합성에 의해 양분합성이 가능하지만, 버섯은 잎과 엽록체가 없어 광합성을 할 수 없다. 반드시 어떠한 기주체에 붙어 살아가는 기생균이다.

기생균은 살아있는 기주체에 붙어 살아가는 버섯의 형태인 활물기생균과 그 반대인 사물기생균이 있다.

즉, 송이버섯처럼 반드시 살아있는 소나무 뿌리에서만 자라는 버섯이 있는가 하면 느타리버섯처럼 반드시 죽어있는 나무에서만 자라는 특성을 가진 것으로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버섯은 식재료 이상의 가치를 지녀왔다. 산림이 70%를 차지하는 지형적 특성 덕분에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버섯의 약리 효과와 풍미에 주목해 왔다.

한국 버섯의 역사는 고대 기록에서부터 발견된다. '삼국사기'에 신라 성덕왕 시절 '지치'(芝草)라 불리는 영지버섯이 발견돼 궁중에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버섯을 상서로운 기운을 가진 '영약'으로 보았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버섯은 본격적으로 음식과 약용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송이, 목이, 느타리 등 다양한 버섯의 효능이 상세히 나와 있다. 특히 송이버섯은 '나무의 끝판왕'이라 불리며 왕실 진상품으로 귀하게 대접받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버섯을 술로 빚거나 담그는 문화는 자연스럽게 보양의 목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버섯으로 술을 만들게 됐다. 우리 조상에게 버섯술은 즐거움을 위한 술이기 이전에 치유를 위한 술이었다.

주로 영지, 상황버섯처럼 딱딱하고 약성이 강한 버섯을 높은 도수의 소주에 담가 오랜 시간 성분을 우려내 마셨는데 이는 기혈 순환을 돕고 면역력을 높이는 상비약 역할을 했다.


반가의 선비는 향이 강한 송이버섯을 곡주에 넣어 그 풍미를 즐기기도 했는데 술을 빚는 과정에서 버섯을 직접 발효시키기보다는, 완성된 술에 향을 입히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충북 제천 버섯 재배장[연합뉴스 자료 사진]

충북 제천 버섯 재배장
[연합뉴스 자료 사진]



현대에 들어서 한국 버섯술은 '가정용 담금주'의 틀을 벗어나 전통주 산업의 당당한 한 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즉, 독특한 효능보다는 감칠맛에 집중한다고 할 수 있다. 버섯 특유의 흙내음과 깊은 풍미가 곡주의 단맛과 어우러져, 와인 못지않은 페어링 경험을 선사한다.

예를 들면 능이버섯주는 특유의 진한 향 덕분에 육류 요리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술로 사랑받고 있다.


꽃, 과일과는 또 다른 깊은 풍미를 가진 버섯을 기반으로 한 우리술을 버섯 종류별로 살펴봤다.

종이주·능이주·동충하초술·노루궁뎅이버섯술[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종이주·능이주·동충하초술·노루궁뎅이버섯술
[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송이버섯은 가장 대중적이고 향긋한 풍미를 자랑한다. 송이주(내국양조)는 자연산 송이버섯을 넣어 숲속의 신선한 향을 살린 13도 약주다. 자연송이주(솔래원)는 송이버섯 추출물을 고농축해 빚은 술로, 18도 리큐르부터 높은 도수 제품까지 다양하다. 송이 산지로 유명한 양양의 특산주인 양양송이주는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감칠맛의 끝판왕인 능이버섯으로 만든 능이주(내국양조)는 시중에서 가장 찾기 쉬운 제품으로, 능이 특유의 묵직한 흙 내음과 고소한 맛이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린다. 건강과 발효 과학의 결정체인 상황버섯으로 술을 만든다. 천년약속(골든블루)은 상황버섯 균사체로 발효시킨 가장 유명한 술로 부드럽고 숙취가 적기로 유명하다. 경북 안동의 안동상황주(회곡양조장)는 안동소주에 상황버섯을 넣어 특별한 향과 맛을 더한 전통주다.

동충하초 버섯 역시 좋은 술의 재료다. 활력과 에너지를 준다고 해서 건강기능식품으로도 많이 알려진 동충하초로 만든 술 중 한비 동충하초술(제천한약영농조합)을 맛봤다. 동충하초 자실체가 술병 안에 그대로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 비주얼부터 강렬한 증류주다. 동충하초 막걸리(영덕주조)도 눈길을 끈다. 막걸리 베이스에 동충하초를 더해 구수한 풍미를 낸 전통주가 됐다.

지네 동충하초[연합뉴스 자료 사진]

지네 동충하초
[연합뉴스 자료 사진]



깊은 산의 정기를 상징하는 석이버섯은 바위에 붙어 자라 채취가 매우 까다롭다. 석이버섯은 예부터 귀한 약재로 쓰였다. 석로주(석이원주조)는 석이버섯과 오가피, 구기자 등을 함께 넣어 빚은 13도 약주로 쌉싸름하면서도 입안에 남는 향이 깊어 '산의 정기를 마신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

노루궁뎅이 버섯[연합뉴스 자료 사진]

노루궁뎅이 버섯
[연합뉴스 자료 사진]



부드러운 식감과 건강식의 상징이 된 노루궁뎅이버섯으로 만든 술도 있다. 버섯 모양이 노루 엉덩이를 닮아 이름 붙여진 이 버섯은 위 건강에 좋기로 유명하다. 노루궁뎅이버섯술(제천한약영농조합)은 35도 증류주 베이스에 버섯 성분을 침출시킨 리큐르 형태다. 버섯 특유의 부드럽고 은은한 향이 알코올의 타격감을 중화시켜 목 넘김이 아주 매끄럽다.

안동상황주·자연송이주·천년약속·석로주[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안동상황주·자연송이주·천년약속·석로주
[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차가버섯은 중후하고 깊은 맛을 지닌 식재료다. 차가버섯주는 대량 생산보다는 건강주 콘셉트로 소규모 약초주 양조장에서 주로 생산된다.

쌉싸름한 맛으로 유명한 영지버섯은 술로 만들어도 약술의 정석으로 자리 잡았다. 장생주는 영지버섯을 포함한 여러 약재를 넣어 만든 장수 기원 콘셉트의 전통주다.

진한 감칠맛과 어우러져 불고기 등에 쓰인 표고버섯으로 만든 술은 영지버섯주처럼 쓰지 않고 오히려 구수하며 감칠맛 도는 것이 특징이다.

귀한 화려함을 상징하는 꽃송이버섯은 해발 1천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만 자라 '신비의 버섯'이라 불린다. 꽃송이버섯주는 항암 성분인 베타글루칸 함량이 있고 향이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APEC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경주 버섯 주 역시 경주 지역의 버섯 농가에서 재배한 다양한 버섯(새송이, 느타리 등)을 발효 과정에 넣어 빚었다. 막걸리나 약주를 지역 특산품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이러한 버섯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다양하게 존재할 정도로 우리는 버섯술과 친숙한 관계다.

북한의 버섯술은 청송 백두산 령지술(평양청송장수식료공장), 금강산 만년버섯술(평양락랑토성술공장), 령지버섯술(평양보심식료공장), 칠보산 송이버섯술(조선건강합영회사), 옥류벽 송이버섯술(옥류벽건강식품공장), 려명 송이버섯술(려명식료가공공장), 청류벽 송이버섯술(청류벽식료공장), 라선대흥 송이버섯술(라선대흥무역회사), 버들 송이버섯술(평양무역회사), 을밀봉 송이버섯술(을밀봉건강식료품공장) 등 정말 종류가 많다.

북한 버섯술은 주로 투명한 병에 버섯이 통째로 들어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침출주'형태가 많고 라벨 디자인이 고전적인 것이 특징이다.

만년버섯술[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만년버섯술
[제조사 홈페이지 캡처]



한국의 버섯술은 옛날에는 수명을 연장해주는 신비로운 영약이었고 현재는 현대인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미식의 도구가 돼 우리 곁에 머물러 왔다. 자연이 긴 시간 공들여 키워낸 버섯을 술 한 잔에 담아내는 과정은, 어쩌면 우리 민족이 자연을 대하는 가장 정중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신종근 전통주 칼럼니스트

▲ 전시기획자 ▲ 저서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 '미술과 술' 칼럼니스트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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