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방문 성과에 대한 국내 정치권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 협력과 한한령 완화,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새로운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실질적 외교·안보 이익은 거의 확보하지 못한 이벤트성 회담"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양측의 접근법이 달라졌다는 점을 먼저 전제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한국의 대외정책 기본 축은 한·미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중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한·미 관계가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해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7일 밤 3박 4일간 중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해 전용기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KTV] |
그에 대한 중국의 답은 지난해 11월 1일 경주에서 열린 첫 번째 한·중 정상회담에서 나왔다.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한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열기 위한 4가지'를 제언하면서 "사회 제도와 발전 방향을 존중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중시하며,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모순과 차이점을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 언급은 한·중 관계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양국 간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정치·안보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 이상 그 문제들을 놓고 충돌하지 말자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양측은 서로 타협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려다 번번히 실패하고 그 여파로 한·중 관계 전반이 무너지는 실패를 반복해왔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그런 '모순과 차이점'은 그대로 두고, 상호 이해가 일치하는 호혜적인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거기서 나오는 동력으로 한·중 관계의 우호적 흐름을 유지해 보자는 의미다.
중국이 이같은 입장을 표시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성과다.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에서 우선 순위를 분명히 하고 중국의 기대 수준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 결과 중국이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첫번 째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정치·안보 분야의 문제점을 부각시키지 않고 민생과 경제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찾으려 했다. 경제·문화·범죄대응 등 분야에서 여러 건의 양해각서(MOU)를 맺고 인공지능(AI), 바이오 제약, 녹색 산업, 실버 경제 등의 영역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부각시키지 않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과 교류 확대, 양국 간 우호적 분위기 유지 등을 위한 '연성 주제'에 집중했다.
회담 직후인 5일 오후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브리핑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위 실장은 소통과 교류를 확대해 신뢰를 증진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정치·안보 문제를 논의해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소개했다.
이번 회담에서 안보 문제를 포함한 양국 간 현안에서 커다란 진전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한령, 북한 문제, 서해 구조물 문제, 대만 문제, 핵잠수함 도입 문제 등 양측의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샤오미 핸드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01.06 photo@newspim.com |
이 대통령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한한령에 대해 "시 주석이 석 자 얼음이 한꺼번에 어는 게 아닌데 어떻게 한꺼번에 다 녹겠느냐. 또 과일은 때가 되면 익어서 떨어진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와 표현이 달라졌으므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시 주석의 이 언급은 한한령이 없어질 수도, 유지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태도에 따라 중국이 언제든지 늦추거나 조일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다는 의미와 같다.
북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이번에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채 '노력해볼테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달라'는 애매한 화법을 구사했다. 이는 한·중 관계를 언제든 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북한 문제를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서해 구조물 문제 역시 특별한 진전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 대통령은 중국이 설치한 양식장의 관리시설을 철수하고 한·중이 해상경계 획정 실무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공동관리 수역에 중간선을 긋고 관할을 깔끔하게 나눠버리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실제로 잠정조치수역(PMZ) 가운데 중간선을 긋는데 동의한다면 한국으로서는 엄청난 성과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 대통령의 말처럼 간단하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잠정조치수역은 그동안 한·중이 해양경계를 획정하지 못해 어업협정을 먼저 체결하면서 과도적으로 설치된 것이다. 해양경계를 획정하는 것이 이처럼 간단하다면 잠정조치수역이 설치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또 잠정조치수역에 중간선을 긋는 방안에 중국이 쉽게 동의할리 없으므로 실무협의를 재개한다고 해도 '깔끔하게' 해결되기는 요원하다.
안보 문제를 포함한 한·중 간 현안에서 실질적 이익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야당의 평가는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번 회담은 그 분야에서 직접적인 성과를 거두는데 집중한 것이 아니므로 번지수가 틀렸다. 또 한한령을 완화하고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새로운 물꼬를 텄다는 여당의 찬사 역시 과장된 것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이 얻은 실제적 성과는 여야가 각각 주장하는 중간 어디쯤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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