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지난달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 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 참가해 여당 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현재 한국 사회 분열의 주원인이 정치에 있다는 데에는 여야 지지자 의견이 다르지 않았다. 갈등이 본격화된 시점을 두고는 보수는 문재인 정부를, 진보는 이명박 정부를 각각 지목했다. 반대편 정치 세력이 자신들을 공격하면서 현재의 갈등 구도가 형성됐다고 보는 것이다. 정치 분열의 책임은 강성 지지자에게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수 민심과 괴리된 강성 지지자들이 극단적 여론을 형성하고, 정치권이 이를 중재·조율하기보다 오히려 자극하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강성 지지자가 이끄는 정치, 갈등 주범 되다
7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경향신문·중앙일보가 공동 기획하고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9~31일 전국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웹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한국 사회 분열과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정당 대립’을 꼽은 응답(36%)이 가장 많았고, 이념 대립(18%)이 그 뒤를 이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정치를 주요 갈등 원인으로 인식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34%)와 국민의힘 지지자(42%) 모두 정당 대립을 1순위로 꼽았다.
정치적 갈등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묻는 응답에는 강성 지지자(21%)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여당(19%), 대통령(18%), 야당(14%), 기성 언론(12%), 강성 유튜버(7%)가 뒤를 이었다. 강성 지지자를 책임 주체로 꼽은 비율이 정당이나 대통령보다 높은 것은 과거엔 정부와 여당이 정책 방향을 설명하며 지지자들의 여론을 이끌어갔다면 이제 지지자들이 양극화된 정치 지형을 주도하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정치적 갈등의 책임을 상대 진영에 돌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야당(25%)과 강성 지지자(24%)를 책임 주체로 꼽은 응답이 많았던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선 여당(35%)과 대통령(34%)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어느 정부부터 심각해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서도 민주당 지지자는 이명박 정부(30%), 국민의힘 지지자는 문재인 정부(41%)를 지목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재명 정부 ‘국민통합’ 점수 낮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치 갈등이 완화됐는지를 두고도 지지 정당 간 인식 차는 컸다.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절반은 정치 갈등이 이전보다 완화(다소 완화 40%, 많이 완화 10%)됐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 10명 중 7명은 정치 갈등이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많이 악화했다’는 응답이 53%로 가장 많았고, ‘다소 악화했다’(20%)가 뒤를 이었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10점 만점에 평균 5.7점을 받았는데, 국민 통합 항목에서는 4.9점을 받았다. 외교·안보(5.4점), 복지·노동(5.3점),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5.1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다. 현 정부의 국민 통합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의 74%는 긍정 평가를 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의 75%는 부정 평가를 하며 극명한 인식 차를 보였다.
정치 갈등은 시민들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응답자의 40%는 가족이나 친구와 정치 문제로 다툰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같은 경험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많아졌다. 정치 문제로 다툰 경험은 18~29세가 34%, 30~39세가 36%였던 반면, 60~69세와 70세 이상에서는 각각 44%로 집계됐다.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자기 검열 경향도 두드러졌다. 응답자의 87%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말을 아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32%는 이런 경험이 ‘자주 있다’고 답했다. 이 역시 연령이 높을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강성 지지층만 보는 정치, 제 역할 할 시점”
지지 정당에 따라 주요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최근 몇 차례 선거에서 조직적인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의 71%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국민의힘 지지자의 64%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3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에 대해서도 민주당 지지자의 75%는 ‘잘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의 81%는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12·3 불법계엄 사태의 후속 처리 방향을 두고도 인식차는 뚜렷했다. 민주당 지지자의 57%는 관련자 전반을 철저히 조사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답했고, 24%는 전반적 의혹까지 폭넓게 조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의 65%는 추가 쟁점화보다 사회 통합과 미래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봤다. 관련자 전반에 대한 철저한 처벌을 꼽은 응답은 7%에 그쳤다.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은 “정치가 서로 다른 의견을 중재하고 타협을 만들어내기보다 각 진영의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갈등과 분열로 국민 피로와 불만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치가 제 역할을 다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8%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2.5%다. 지난해 12월 29일~31일 전국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문자와 e메일을 통한 웹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하면 된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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