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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밥상과 노인밥상의 간극[이근면의 사람이야기]

이데일리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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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베이비부머 은퇴 정점, 국가의 책임을 묻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 OECD 최고 수준
언제까지 노인을 '비용' 또는 '부담'으로 볼 것인가
노인 외면하는 국가, 미래 설계할 수 없어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 새해 벽두부터 국제 정세가 급박하게 흔들리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 미중 공급망 재편, 금융시장 불안이 동시에 작동한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정치권은 각종 정치 현안을 톱뉴스로 쏟아내지만 경제적 도움도 생산적 담론도 아닌 소모적 공방이 대부분이다. 정책은 길을 잃고 국정의 에너지는 갈등 관리에 소진되고 있다. 2026년 한 해 역시 이런 혼란 속에서 출발하는 듯하다. 모두가 한 살 더 나이를 먹지만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와 고민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내 삶도, 고령화도, 청년 문제도 모두 구조적 긴급지원요청(SOS) 상태다.

그렇다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는 대한민국의 현재 상태는 과연 어떤가. 정치 일정과 권력 지형에 가려 가장 예측 가능했고 가장 준비해야 할 문제였던 고령화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그러나 인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최근 대학가와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청년밥상’이 확산하고 있다. 급등한 물가와 불안정한 일자리 속에서 최소한의 식사권만큼은 국가가 함께 책임지겠다는 정책적 메시지다. 청년을 향한 이 시도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은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청년밥상은 있는데 노인밥상은 왜 없는가’라는 물음이다. 왜 노인의 기본적인 생활 안정은 늘 가족과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는가.

2026년은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정점에 이르는 해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주역이자 중산층의 핵심이었던 이 거대한 세대는 은퇴와 동시에 노인 빈곤의 최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노후 준비 부족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국가가 국민의 노후를 체계적으로 설계하지 않은 결과에 가깝다. 물론 국가의 재정 여력과 정책 역량의 한계를 이유로 들 수는 있다. 그러나 설계하지 않은 것과 못한 것은 다르다. 준비하지 않은 대가는 늘 더 비싸게 돌아온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정년은 60세에 멈춰 있는데 국민연금 수급 개시는 63세, 65세로 계속 늦춰지고 있다. 이 사이에 발생하는 수년간의 소득 공백은 제도적으로 방치해 왔다. 국가는 이 구조를 알면서도 개인의 저축과 가족 부양에 그 책임을 넘겨왔다. 가족 구조가 이미 붕괴한 사회에서 이는 사실상 무대책에 가까운 방치다.

은퇴 이후 노동시장도 다르지 않다. 고령자의 경험과 숙련을 활용하는 구조는 여전히 미흡하고 대부분 단시간·저임금·불안정 일자리로 흡수된다. 일할 수 있는 노인은 ‘비용’으로,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부담’으로 취급한다. 그 결과 많은 노인이 집은 있지만 수입은 없고 현금도 없으며 일할 의지는 있지만 기회가 없는 상태로 밀려난다. 이 과정에서 빈곤은 개인의 실패로 오인되고 구조적 책임은 흐려진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연금과 건강보험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다. 이는 복지가 아니라 국가 책임의 방기에 가깝다.

고령화는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설계의 문제다. 노인정책은 부처별 사업 목록이 아니라 국정 차원의 핵심 과제로 재정렬해야 한다. 더 늦출수록 비용은 커지고 선택지는 줄어든다.

노인 전담 부총리급 부처가 필요하다. 종합적으로 국가 기관의 각종 예산과 행정을 통합 조율해 노령화와 노인 복지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특화할 고령화 시대의 필수 부서 말이다. 행정 부처는 시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선행할 때 국가·사회적 비용의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는 법이다.


첫째, 노인 빈곤을 사후 보전이 아니라 사전 예방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기초연금은 보편성에 치우쳐 빈곤 완화 효과가 제한적이다. 이제는 하위 취약 노인에게 실질적으로 빈곤선을 넘을 수 있는 수준으로 수급을 차등 강화해야 한다. 동일하게 나누는 것이 공정이 아니라 최소한의 삶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공정이다.

둘째, 정년·고용·연금은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해야 한다.


정년 연장만 논의하고 임금체계와 직무 재설계를 미뤄온 과거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계속고용 제도는 임금·직무 개편과 함께 법과 제도로 묶여야 한다. 정년만 있고 일자리는 없는 사회는 고령층에게 가장 잔인한 정책적 폭력이다.

셋째, 의료·돌봄 정책의 중심을 치료에서 예방으로 옮겨야 한다.

만성질환 관리, 낙상 예방, 고독 대응 같은 영역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의료비 절감이다. 적극적으로 운동하는 풍토 조성 및 확산은 사회적 비용 최소화다. 이는 복지 확대가 아니라 재정 합리화의 문제다. 지역 기반 건강·운동·의료의 종합 커뮤니티 케어는 초고령 국가의 기본 인프라다.

넷째, ‘집이 있으니 가난하지 않다’는 행정적 판단을 버려야 한다.

노인 빈곤의 핵심은 자산이 아니라 현금흐름이다. 주택연금 등 자산 연금화 제도는 존재하지만 현실 활용도는 낮다. 국가가 노후 자산을 소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그 비용은 결국 하우스푸어, 빈곤 탈출, 의료·돌봄 지출로 되돌아온다. 사회적 부담과 비용을 낮추는 길은 늘 사전 예방에 있다.

청년밥상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사회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그런데 그 신호를 노인 문제로까지 확장하지 못한다면 국가는 미래를 설계할 자격이 없다.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청년이었고 오늘의 청년은 내일의 노인이다.

2026년은 단순한 인구 구조의 전환점이 아니다. 국가가 노후를 방치할 것인지 공동으로 책임질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분기점이다. 노인을 비용으로만 보는 국가는 결국 사회 전체를 고비용·반문명적 구조로 밀어 넣게 된다.

청년밥상에서 시작된 질문은 이제 분명해졌다. 이 나라는 늙어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인가. 국가와 사회는 모든 연령층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진솔한 복지국가인가. 그 시작은 노인밥상을 차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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