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슬러즈의 문용우 대표. /허슬러즈 |
2011년, 유명 언론에서 ‘팝콘 브레인’이라는 개념이 처음 소개됐다.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에 뇌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집중력과 인내심이 부족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13년이 지난 2024년, 세계적인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저서 <불안 세대>를 통해 10대의 스마트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이 뇌를 병들게 하는 메커니즘을 밝혔다. 스마트폰 확산 초기부터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된 지금까지, 스마트폰 중독은 사회 주요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은 집중력 저하로 인한 학업, 업무 생산성 하락 정도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폰에 과잉 의존하면 삶의 통제권을 잃을 수도 있다. 유튜브 쇼츠(shorts), 인스타그램 릴스(reels) 등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몰입하다보면 ‘진짜’ 삶을 영위하는데 쏟아야 할 시간과 의지는 증발되고 만다. 허슬러즈의 문용우(27) 대표는 스마트폰 사용에 빼앗긴 시간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스마트폰 디톡싱 서비스를 개발한 계기다. 그를 만나 개발기를 들었다.
◇ 실패로 얻은 값진 교훈
문 대표는 고등학교 친구인 김선재 대표와 함께 창업했다. /더비비드 |
문 대표는 서울시립대에서 조경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를 소개할 때 공동창업자인 김선재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고등학교 친구로 만난 두 사람은 어릴적부터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각종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신규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보람을 느꼈다. 군 복무 후 진로 고민에 빠진 문 대표를 설득한 것도 김 대표였다. ‘아직 젊으니 여러번 실패해도 괜찮다’는 김 대표의 말에 문 대표는 잠깐 잊고 지냈던 창업의 불씨를 지폈다.
첫 아이템은 공유 캘린더 기반의 네트워킹 플램폼이었다. 약 2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데 성공했지만 접기로 했다. 서비스가 수익을 창출할만큼 활성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마케팅 실패라고 판단했습니다. 타깃을 ‘친구’, ‘가족’, ‘연인’ 등 너무 넓고 모호하게 접근한게 패인이었어요. 사용자 문제를 예리하게 파악하지 못했죠. 시원하고 정확하게 긁어주는 한 방이 부재했던 겁니다.”
문 대표(왼쪽)와 김선재(오른쪽) 공동창업자. /문용우 대표 제공 |
실패는 괜찮았다. 다만 돈이 문제였다. “다음 도전을 위해 곳간부터 채우기로 했습니다. 대학생이니 과외를 하기로 했죠. 개발했던 네트워킹 플랫폼을 이용해 멘토링을 시작했습니다. 1주일에 만에 30명을 모아서 결제 전환까지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학생들의 고충을 수렴했어요. 사용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아서 첫 서비스에 실패했다는 아픔이 있으니, 이제는 주요 타깃이 필요로 하는 것을 디테일하게 파악해기로 했죠.”
고등학생의 고민 속에 새 아이템에 대한 단서가 있었다. “멘티들이 이구동성으로 호소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숏폼 중독을 못끊겠다는 고민이었어요. 의지의 문제일까, 외부의 문제일까 판단이 서지 않아서 관련 논문과 통계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짐작한 것보다 심각한 문제였어요. 자극적이고 의미 없는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도파민 보상 체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디지털 콘텐츠 과다 노출로 인한 인지적 변화를 팝콘 브레인이라고 하는데요. 팝콘 브레인은 집중력과 인내심 저하를 야기합니다.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지죠.”
◇ 하루 유튜브 6시간 보던 습관을 3시간으로 줄인 비결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겨냥한 생산성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을 조사해봤다. 아예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하는 서비스가 주류였다. 대부분이 자녀의 습관을 관리하는 부모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였다. PC 게임 중독이 화두였을 때 도입한 셧타운이나 쿨타임 제도와 결이 다르지 않았다.
스마트폰에 특화된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봤다. 해외에서는 스크린 타임을 응용해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통제하는 기술이 태동하고 있었다. 스마트폰 사용이 아니라 개별 앱 사용을 통제하는 서비스가 등장한 것이다. 한국에는 그런 서비스가 없었다. 기회라고 판단하고 스마트폰 사용 관리 서비스 앱 터닝(turning) 개발에 들어갔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행동을 스마트폰 때문에 못하는’ 고충에 주목했다. “안 좋은 습관은 자기도 모르게 발현됩니다. 무의식적으로 앱을 켜서 숏폼에 시선을 고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런 상황을 상정하고, 터닝에 앱 사용을 의식하게 만드는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숏폼의 흐름에 몸을 맡기기 전에 현재의 선택을 일깨워 줘 개선할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죠. 무의식적으로 앱을 켠 뒤 자극적인 콘텐츠에 눈과 마음을 모두 빼앗겨버리는 상황도 문제입니다. 도파민 물결에 파묻히다 보면 해야 할 일을 놓쳐버립니다. 그래서 특정 시간이 지나면 앱 사용을 차단해버리는 장치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2주 만에 최소기능모델(MVP)을 개발해 테스트를 했다. 2023년 11월 터닝을 정식 론칭했다. “터닝 앱을 깔아서 중독을 막고 싶은 앱과 앱 사용 차단 루틴을 등록하기만 하면 됩니다. 앱은 10개까지 등록할 수 있어요. 터닝은 이용자의 앱 사용 주기 전후로 사용을 관리합니다. 인스타그램을 터닝에 등록했다고 가정할게요. 인스타그램을 켜면 명언 입력 같은 과제가 주어집니다. 무의식적 선택을 의식 단계로 끌어올려 긍정적인 이탈을 유도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인스타그램을 계속 할 경우 희망 사용 시간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인스타그램이 종료됩니다.”
직관적이고 단순한 설계로 빠르게 이용자를 유치했다. “자사 앱을 실행해야 하는 타 생산성 서비스와는 달리 터닝은 터닝 앱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용자의 사용 습관을 관리해줍니다. 가장 큰 차별점이죠. 사실 타 서비스는 타이머를 디지털화한 것에 가까운데요. 터닝은 타이머가 아니라 앱 사용 관리 앱으로, 섹터가 아예 다릅니다. 게다가 터닝은 앱 사용을 제한에 방점을 찍고 있어서 직관적입니다.”
이용자의 70% 이상이 여성 수험생이나 고시생, 취업 준비생이다.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터닝 유저의 스크린타임이 평균 62% 줄었습니다. 유튜브를 하루에 6시간 보던 사람이 3시간 미만으로 보게 됐다는 의미죠. 어떤 고등학생 이용자는 성적이 2등급 올랐다고 후기를 남겼어요. 스마트폰이 없으면 죽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다며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한 대학생 이용자도 있었죠. 자극적인 콘텐츠와 멀어지니까 감정 기복이 줄어들었다는 후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경험은 다르지만 본질은 동일했어요. 이용자들이 잃어버린 삶의 주도권을 다시 쥐게 됐다는 점이죠.”
◇ 대치동 학원가에서 주목받는 서비스로 대두
각종 행사에 참석한 두 대표의 모습. /허슬러즈 |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사회 문제를 정면 겨냥해 큰 주목을 받았다. 2024년 시드 투자를 받은데 이어 2025년 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최종 선정돼 사용자 맞춤형 앱 차단, 미션 전달 과제를 개발 중이다. 연세대 인공지능 연구실과 협업해서 앱 사용 패턴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도 구축하고 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스타트업 지원 공간에 입주하면서 대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 기회도 얻었다. 헬로키티, 쿠로미 등 인기 캐릭터 IP를 보유한 일본 기업 산리오와 ‘청소년 정신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디지털 서비스 구축’을 주제로 협업 방안을 논의 중이다. 얼마 전 대치동의 대형 학원과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시장검증(PoC) 후 사교육 시장에 본격 진출할 전망이다.
터닝을 보여주면서 웃고 있는 문 대표. /더비비드 |
지금까지 25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그중 2만명이 유료 회원이다. “사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게 베스트일겁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죠. 술을 끊는 것 대신 ‘제로 맥주’를 권하는 게 비즈니스적 접근법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의 지향점도 여기 맞닿아있죠. 지금 진행 중인 협업을 잘 수행해서 보다 많은 기업이나 기관과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해외 진출 계획도 있어요. 터닝 이용자의 10%가 해외 이용자입니다.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건 일본이이에요.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화를 공유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국내외 시장에서 사람의 욕구를 거스르는 대신, 욕구에 기반한 건강한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문 대표 역시 때때로 스마트폰 중독에 의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저도 SNS를 좋아합니다.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제 소식을 전하며 즐거움을 느끼죠. 그러다가 쇼츠나 릴스에 홀려서 한동안 보게 되면, 머리가 나빠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무력감도 느끼죠. 요즘 인공지능(AI)이 만든 영양가 없는 영상이 많습니다. 백해무익합니다. 타인과 연결되기 위해 탄생한 SNS가 오히려 고립감과 우울감을 유발하는 모순적인 상황까지 펼쳐지고요. 스마트폰과 SNS 사용이 필연이라면, 보다 긍정적인 측면을 조명하고 싶어요. 터닝은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지도해 주는 선생님이 돼 줄 겁니다. 스스로 무력하다고 느낄 때 망설이지 말고 터닝을 깔아보세요.”
[진은혜 더비비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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