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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44] 천연기념물 ‘제주馬’처럼

조선일보 윤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자연유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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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말

제주말


새해 덕담 속에서 우리와 함께한 ‘말(馬)’을 떠올린다. 말은 예부터 역동적이고 권위와 위엄의 상징이기도 했다. 말은 우리 삶을 싣고 세월의 언덕을 함께 넘어온 존재였다. 그렇다 보니 말의 활기찬 기운을 받아 힘을 내 달리고 도약하라는 바람이 오고 간다.

말은 무사와 번영,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길상의 존재이기도 하다. 생활용품과 장식, 국보 천마도 같은 무덤 부장품에 이르기까지 말과 동행하기를 바라는 선조의 염원이 전해진다. 출토된 유물을 보존 처리하는 장소에서 신라 토우와 말의 갑옷을 접한 적이 있다. 어른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말 모양 토우였다. 콧구멍과 입 모양으로 말의 표정을 친근하게 담아낸 신라인의 해학과 솜씨에 감탄했다. 말 모형에 말갖춤을 하여 마갑을 재현한 모습을 보니 말의 크기가 조금 작았다. 그 까닭은 출토된 말뼈와 부장품을 분석해 보니 오늘날 제주마 정도의 크기로 추정해서라 했다.

제주마는 체구가 작아 조랑말이라 칭한다. 거친 바람과 돌이 많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제주마는 최상품 공마로 키워지며 오랜 세월 사람과 공존했다.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는데, 제주는 말의 고장답게 말을 관리하고 함께한 역사가 깊다.

제주에는 그 흔적이 이름으로 전해진다. 그중 ‘고마로’는 말을 징발하던 고마장(雇馬場)이 있던 자리다. 조선 중기 임진왜란부터 전쟁이 발발할 때마다 자신의 말을 국가에 헌납하며 ‘헌마공신(獻馬功臣)’이라 칭호를 받은 ‘김만일의 묘역’도 제주도 기념물이 되어 남아있다.

강인하면서도 온순한 제주마는 자연에 순응하며 동행한 존재로 이제는 천연기념물이 되었다. 예부터 함께 달려온 우리말에 기대어 소망을 품어본다. 작심삼일이라 했지만, 점점 희미해지는 신년 다짐을 추스른다. 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질지니, 그 기운을 받아 온전한 자리에서 빛나는 하루하루가 되길 바란다.

윤주 국가유산 제주말

윤주 국가유산 제주말

[윤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자연유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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