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어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잘못된 수단이었다”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장 대표가 명확하게 사과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엄 사태 발생 후 13개월여 만이다. 당명 개정과 청년 의무 공천 등 쇄신안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사과가 진정성 있는 참회인지, 아니면 당 안팎의 거센 쇄신 압박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장 대표가 4개월여간 보여온 행보는 실망스러웠다. 장 대표는 불법 계엄의 책임을 당시 야당에 돌리는 듯한 태도를 취하거나, 사과 요구에 대해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방어적 태도로 일관해 비판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계엄 1주년을 기점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및 쇄신 요구가 빗발치며 수세에 몰려왔다. 최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계엄으로부터의 절연과 범보수 대통합을 공개 촉구한 데 이어 김도읍 의원이 정책위의장직에서 사퇴하는 등 쇄신 요구가 당 지도부와 중진으로 확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5개월 앞으로 닥쳐온 지방선거에서 현상유지도 어렵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점도 장 대표 입장 변화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장 대표는 이날 사과는 했지만, 헌정 파괴의 주체인 윤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 등에 대한 입장도 내지 않았다.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가자”고 말한 게 전부다. 어떻게 불법 계엄을 자행한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 없이 ‘계엄의 강’을 건널 수 있다는 말인가. 오히려 당의 행보는 쇄신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제는 당원 게시판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전 대표 징계 문제를 다룰 당 윤리위원장에 윤 전 대통령 아내 김건희씨를 옹호해 온 윤민우 가천대 교수를 선출해 논란을 불러왔다. 어제 사과를 놓고 위기모면용,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는 냉랭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환부를 도려내지 않은 채 포장지만 바꾸는 ‘당명 개정’ 등이 국민에게 무슨 감동을 주겠는가.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등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어제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 모임에서도 “자기 합리화에서 벗어나 중도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쓴소리가 분출된 이유를 장 대표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당 윤리위의 ‘당원 게시판 사건’ 징계 여부가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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