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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바퀴벌레·진드기에게 애도를” 130여년 된 日 최고 살충제 업체의 이색 전통

헤럴드경제 한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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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코퍼레이션, 실험 곤충 위한 추모식 열어
불단에 곤충 사진 올리고 향 피우고 경전 낭송
실험용 바퀴벌레 100만, 벼룩 1억 마리 사육 中
곤충 추모식. [아사히TV]

곤충 추모식. [아사히TV]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일본의 130여년 된 살충제 기업이 제품 테스트 과정에서 죽어 나간 곤충들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식을 열어 화제가 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일본 아사히TV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최대 살충제 기업 어스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2월 23일 일본 남부 효고현 묘도지 사원에서 임직원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곤충들을 위한 특별한 의식을 거행했다.

곤충 추모식. [아사히TV]

곤충 추모식. [아사히TV]



제단 앞에는 모기, 바퀴벌레, 진드기 등 여러 곤충 사진이 놓였다. 승려들이 염불을 하고, 향을 피웠다.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추모 행사에서 직원들은 돌아가며 향을 피우고, 제품 개발에 기여한 곤충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했다.

승려는 경전을 낭송하고 ‘육근정화(六根淨化)’를 주제로 설법했다. 불교에서 육근은 눈, 귀, 코, 혀, 몸, 생각 등 여섯 가지 감각 기관을 의미한다. 이러한 감각 기관의 집착에서 벗어나 청정해질 때 사람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곤충 추모식. [SCMP 갈무리]

곤충 추모식. [SCMP 갈무리]



1892년 오사카에서 처음 설립된 이 회사가 곤충 추모식을 연 건 1980년대 중반부터다. 누가 처음 시작했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40년 넘게 치르고 있는 행사다.

연구개발 부서장인 코보리 토모히로 씨는 “이번 행사는 곤충을 되돌아보고, 감사를 표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처음에 일부 직원들은 “어색하고,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차츰 이 의식으로 인해 실험 곤충을 대하는 자세가 바뀌었다고 한다.

이 회사 연구 시설에는 실험 목적으로 바퀴벌레 100여만 마리, 벼룩 1억 마리, 기타 곤충들이 사육되고 있다.

직원인 미카 가와구치씨는 “곤충 덕분에 생명을 구하고 곤충 매개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실험 동물을 연구하는 연구자에게 애도는 자연스러운 행위다. 아무리 작은 생명이라고 소중한 생명이다”라고 했다.


곤충 추모식은 기업 철학과도 닿아 있다. ‘생명과 조화롭게 살고 지구와 공존하는 것’을 철학으로 삼는 이 회사는 기존 살충제를 ‘곤충 보호 제품’으로 이름 바꾸고, 곤충을 죽이는 대신 사람을 곤충과 그들이 옮기는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 추모식은 온라인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곤충도 존중받아야 할 생명이라는 생각을 옹호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일각에선 “곤충 입장에선 가해자가 장례식에 참석하는 건 매우 불쾌한 일일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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