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프랑스에서 온 메시지를 받았다. 해돋이를 보러 가는 길이었다. 사방이 탁 트인 둑길 위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희망의 장면을 기다리는 이들 사이에 섞여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근황을 전하는 글보다 사진 한 장과 동영상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 그는 휠체어에 앉아 일곱 살 딸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야윈 얼굴이 낯설었다. 이어진 영상에서는 그가 혼자 휠체어에 앉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두 팔을 두 발처럼 쓰는 일이 힘겨워 보였다.
지난여름, 그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혼수상태였고, 기적적으로 깨어나 몇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의사는 다시 걸을 수 있는 희망이 없다고 했다. 한동안 그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다. 내게는 ‘희망 없음’이라는 말이 어떤 위로도 뚫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새해에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그의 메시지에는 그 ‘없음’이 또렷이 적혀 있었다. 걸을 수 없음보다 그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이 바로 그 ‘희망 없음’이었다고. 하지만 이제 그는 기대 없이 사는 법을 배워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반드시 힘으로 바꾸겠다고, 새해에는 그 힘으로 일어서겠다고 덧붙였다.
지난여름, 그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혼수상태였고, 기적적으로 깨어나 몇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의사는 다시 걸을 수 있는 희망이 없다고 했다. 한동안 그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다. 내게는 ‘희망 없음’이라는 말이 어떤 위로도 뚫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새해에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그의 메시지에는 그 ‘없음’이 또렷이 적혀 있었다. 걸을 수 없음보다 그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이 바로 그 ‘희망 없음’이었다고. 하지만 이제 그는 기대 없이 사는 법을 배워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반드시 힘으로 바꾸겠다고, 새해에는 그 힘으로 일어서겠다고 덧붙였다.
억새밭과 만경강 너머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기대하던 웅장한 일출은 아니었다. 구름에 가려진 태양은 겨우 정수리만 드러냈고, 사람들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하나둘 자리를 떴다. 희망은 언제나 저 멀리,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기다리게 하고, 애타게 하다가 끝내 닿지 않았던 것들. 모두 가짜 희망이었을까. 어쩌면 그것조차도 더는 기대할 수 없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도 그렇지 않은가. 인구가 줄고, 가게들이 문을 닫고, 오래된 집들은 폐허가 됐다. 이 마을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성장과 발전이라는 익숙한 희망의 모델에 대입해보자면 이곳은 ‘희망 없음’에 가까운 장소이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하거나 떠날 수 없어서가 아니다. 다만 여기에서 살아야 할 하루가 있고, 그 하루를 살고 나면 또 다음날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삶이 이어진다는 것, 내가 살아낸 오늘이 내일을 연다는 것, 이 ‘열림’의 상태야말로 ‘희망 있음’이 아닐까.
집으로 가는 길에 구름이 걷히고 해가 높이 떠오르는 것을 봤다. 아쉬워하며 돌아간 사람들의 머리 위에도 똑같이 떠 있을 태양. 우리는 그것의 가려져 있음을 종종 없는 것으로 오해한다. 거기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절망하거나 더 멀리 있는 것을 향해 떠난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붙잡아야 할 것은 해가 환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아니라, 어둠이 짙을 때도 해가 거기 있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진다는 약속이 없어도 회복을 장담할 수 없어도, 오늘이 있고,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 그 오늘이 내일을 열고 그렇게 삶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일. 그것이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될 것이다.
새해에 희망의 장면을 놓쳐서 서운한 모든 이들에게, 휠체어에 앉는 연습을 하고 있을 친구에게 다른 이름의 희망을 건네본다.
여기 있음. 그러니 살자. 하루씩. 2026년에도.
신유진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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