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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인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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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 참나무 한 그루가 바람에 쓰러져서 밑동은 산지기 아저씨가 가져가고, 나머지 곁가지는 내 차지다. 엔진 톱으로 잘라 틈틈이 쟁이고 있다. 겨울엔 장작불 땔감을 하는 일이 나로선 큰 과업이야. 손수레로 옮기면서 어르신들 길에 보이면 새해 인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산길을 비척비척 다니시는데 이곳에서 수십년을 보았으니 지금보다 젊은 시절도 기억하지. 양옥집 짓고 이사들 온 젊은 축들은 인사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아파트에 살던 방식대로 산다. 애들조차 인사를 않는 경우도 있덩만. 새들도 바람도, 고라니도 인사를 하면서 다니는데…

야구계의 전설 김성근 감독님 얘길 들었다. “선수들에게 인사하는 법을 가장 먼저 가르치는 이유. 인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것이고, 존중이 없다는 것은 겸손이 없고, 겸손이 없으면 오만하다는 뜻이다. 오만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 이런 선수들로는 승부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인사는 존중이라는 것이다. 꽃다발을 건네고, 작은 선물을 건넴도 인사성이다. 꼰대라고 욕먹겠다만, 지난 학기 학생들에게 ‘목례’를 좀 했으면 부탁했다. 그게 그렇게 힘든가. 목에 혹이 달린 것도 아니고, 철심을 박고 시멘트로 꼿꼿하게 발라버렸나.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인사성이 있는 애와 없는 애로 나뉘는 것 같다.

바람이 불자 나무가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해. 인사가 지나쳐서 그만해라 말렸는데 바람이 잦아들고 눈이 내린다. 눈 내리기 전에 바람이 인사를 건넸구나. 예년보다 눈이 없다만 두어 번 눈 구경을 잠깐 했다. 이렇게 추운데 새들은, 산짐승들은 난방시설도 없이 어떻게 겨울을 날까. 산에 도끼를 들고 다닌다는 스님. 개울물이 꽁꽁 얼면 도끼로 깨트리고 다니면서 짐승들 목 축이도록 돕는다는 스님. 생각만 해도 춥던 마음이 녹고 풀리는 거 같아.

나만 생각하지 않고, 환대하며 마음을 내면서 살았으면 바라. 평화의 인사를 나누면서, 친하게들 같이 살아야지.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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