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쪽방. ㈔환경정의 제공 |
김명철 | ㈔환경정의 활동가
얼어 죽는 건 재난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발생하는 참극이기도 하다.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2024~2025년 한랭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지난 겨울철(2024년 12월1일~2025년 2월28일) 한랭질환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8명이었다. 사망자를 포함한 한랭질환자는 334명이었으며, 한랭질환이 발생한 장소가 ‘집’인 사람은 61명(18.3%)으로 나타났다.
겨울이 오면, 누군가에게 집은 추위를 피할 안락한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겐 추위를 버텨내야 하는 시험의 장소가 된다. 누군가는 난방을 조절하며 원하는 온도를 맞추지만, 누군가는 난방을 포기하거나, 이를 조절할 권한이 없거나, 심지어 난방기조차 없이 지내기도 한다. 어떤 이에게 겨울은 생존의 문제다.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어려운 시민을 위한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저소득층 등에게 가스비 등 에너지 이용료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가 있다. 취약계층 대상 기후위기 적응 정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보다 혹독한 겨울을 나는 당사자들이 전한 이야기는 이 제도가 과연 ‘필요한 사람에게 닿고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난해 8월, 환경정의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큰 이들을 직접 만났다. 그들이 전한 겨울의 기억은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한 노인은 “겨울에 보일러가 안 돼서 방이 차요, 차”라고 하며, 방 안을 ‘냉장고’라고 표현했다. 그는 에너지 바우처 대상자였지만, 바우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난방 설비 자체가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 공간에서, 에너지 비용 지원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시원. ㈔환경정의 제공 |
고시원 거주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난방은 각자 조절할 수 없었다. 관리자가 정한 시간과 온도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충분하지 않은 난방 속에서 겨울을 버티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있었다. 에너지 복지 정책은 에너지 비용 지원이 거의 유일한 상황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따뜻하고 안전한 주거환경을 보장할 정책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옥탑방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의 상황은 또 다른 한계를 보여준다. 그가 지내는 옥탑방은, 외풍이 심했고 단열이 되지 않는 노후 주택이었다. 이 경우 에너지 바우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가깝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주택은 그렇지 않은 주택 대비 같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훨씬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노후 아파트가 신축 대비 난방 에너지를 40% 이상 많이 사용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주거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에너지 비용 부담은 구조적으로 줄어들기 어렵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영국은 에너지 빈곤 대상을 ‘저소득층’에 더해 ‘에너지 효율이 낮은 주거에 사는 사람들’로 규정하고 있다. 단순한 에너지 요금 지원을 넘어, 단열 개선과 주택 보수를 통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정책 방점을 둔 것이다.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시민의 일상, 특히 취약계층의 삶은 더 불안정해진다. 폭염과 한파가 잦아질수록 주거와 에너지 빈곤은 더 깊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정책은 여전히 에너지 비용 지원과 지원 확대 정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동시에, 받아도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도 존재한다면, 문제는 예산 규모가 아니라 정책 설계에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에너지 복지는 단순한 비용 보조를 넘어야 한다. 사람들이 어떤 집에서, 어떤 조건으로 사는지를 함께 보지 않는 정책은 가장 추운 곳에 있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놓치게 된다. 한파 속, 누군가 편히 몸 녹일 곳 없이 손발이 얼어붙고, 목숨까지 잃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은 겨울을 나는 방식부터 물어야 한다. 최저 주거기준 내 에너지 복지 관련 대상에 쪽방, 고시원 등 비주택을 포함시키는 등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심한 겨울철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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