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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천 뇌물, 김건희와 뭐가 다른가 [성한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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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의원(왼쪽)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 연합뉴스

강선우 의원(왼쪽)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 연합뉴스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작동 원리가 다르다. 주주총회에서는 1원이 한 표다. 선거에서는 한 사람이 한 표다. 1인 1표 원리가 망가지면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승만 독재 정권은 막걸리와 고무신으로 유권자를 매수하고 투개표를 조작했다. 3·15 부정 선거는 정점이었다. 4·19 혁명으로 정권이 무너졌다.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은 재벌에게 특혜를 주고 돈을 받아서 이른바 ‘통치 자금’으로 썼다. 정경유착이었다. 떡고물은 권력자와 측근들 차지였다. 돈은 독재의 강력한 지배 수단이었다.



대한민국이 정경유착의 악몽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것은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다. 김영삼 대통령은 청와대 집무실에 설치되어 있던 초대형 금고를 해체했다. 앞으로는 정치자금을 받지도 않고 주지도 않겠다고 선언했다. 통치 자금이 사라진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갔다. 자신과 가족의 재산 공개를 시작으로 고위 공직자 재산을 공개하도록 했다. 공직자와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사퇴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명예와 부를 함께 가질 수 없다”고 했다. 금융실명제도 밀어붙였다. 금융실명제 덕분에 노태우 비자금의 꼬리가 밟혔고, 전두환 노태우 내란 처벌로 이어졌다.



노태우 비자금 사건 와중에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1992년 노태우 대통령에게 20억원을 받은 일이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은 뒷날 자서전에 “그 돈은 받아서는 안 될 돈이었다. 부끄러운 일이었다”고 기록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여야 불법 대선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취임 첫해부터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이상수 이재정 안희정 씨 등이 구속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내 운명은 새 시대의 첫차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구시대의 막차가 되는 것이었다”는 회한을 남겼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측근들도 차떼기 사건으로 줄줄이 구속됐다. 이회창 후보는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사실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고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럽고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반성했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역사를 거쳐서 불법 대선자금이 사라졌다.



정당에서 국회의원 후보자나 지방선거 후보자에게 돈을 받는 이른바 ‘공천 헌금’은 긍정적 표현이다. 헌금은 교회에서 쓰는 단어다. 공천 헌금은 오랫동안 우리나라 정치에서 일종의 관행이었다. 1990년대까지 그랬다. 특별당비로 불리기도 했다. 대가성 없는 정치자금을 처벌하지 않던 시절이다.



공천 헌금은 보수 정당이 훨씬 심했다. 아예 공정 가격이 정해져 있었다. 민정당, 민자당, 신민주공화당, 자민련은 돈을 받고 전국구 자리를 팔았다.



지역 대결 구도가 나타나면서 민주당도 호남 출마자들과 전국구 후보자들에게 공천 헌금을 받았다. 그 돈으로 취약 지역 출마자들의 후보 등록과 선거운동 비용을 댔다. 검찰이나 경찰도 이런 관행을 문제 삼지 않았다.



정치관계법이 강화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정치자금은 다 불법이었다. 공천 헌금 관행도 서서히 사라졌다. 2000년대부터는 공천을 대가로 돈을 주고받는 행위는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갔다.



김병기 강선우 의원과 김경 시의원이 공천을 대가로 돈을 주고받은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돈을 주고받은 게 사실이라면 명백한 범죄다. 당이 돈을 받았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개인이 치부한 것이다. 공천 헌금이 아니라 공천 뇌물이다. 매관매직이다.



당사자들이 돈을 주고받은 행위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는 것을 보면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구속 수사는 이럴 때 하는 것이다. 탈당하든 말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찰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다.



이들의 행위는 수십년 동안 돈과 정치의 유착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온 정치 대선배들에 대한 배신이다. 민주당에서 오랫동안 국회의원을 하고 물러난 정치인들은 “어디서 놀던 듣보잡들이 민주당에 굴러 들어와서 공천 대가로 돈질을 하느냐”고 핏발을 세웠다.



윤석열 김건희 부부는 금품을 받고 공직 인사, 정당 공천, 당직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공천 뇌물 사건이 윤석열 김건희의 범죄와 본질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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