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2차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면 봄·가을철 전력 과잉 공급으로 전력계통 불안이 고조된다”(전영환 홍익대 교수)…“신규 원전이 더 늘어도 출력 제어 등 과잉 공급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이 있다”(이정익 한국과학기술원(KIST) 교수)
7일 국회에서 열린 ‘바람직한 에너지믹스를 위한 2차 정책토론회’에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두고 또다시 원전 업계와 재생에너지 진영 사이 공방이 오갔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속 전력망 불안정 문제가 고조되는 가운데, 출력 조절이 어려운 ‘경직성’ 전원인 원전을 더 지어야 하는지 등이 이번 토론회의 쟁점이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법이나 정책 대안에 대한 논의는 충분치 않았고, 원전과 재생에너지 양쪽 진영이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다 토론회는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여는 발언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가 100기가와트(GW)까지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전의 경직성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가 당장의 숙제”라며 “두 번의 토론회와 국민 여론 묻는 작업을 통해 수렴한 의견들을 올해 12차 전기본에 반영할 계획이니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또 “국내에 원전을 짓지 않겠다면서 원전을 수출하는 것이 궁색했다”며 “전체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섬 같은 상황에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고도 말했다. 이번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가져간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발제를 맡은 강부일 전력거래소 계통운영처장은 ‘탈석탄’ 선언으로 화력발전이 폐쇄되는 상황에서 원전의 경직성과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는 조처가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처장은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로 주말이나 연휴 기간 전력 과잉 공급이 발생해 송전망 관리 어려움이 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며 “온라인 원격(출력)제어나 에너지저장장치(ESS)로 과잉 전기를 충(방)전하는 기능을 의무화해 주력 전원으로 계통 안정화 책무를 이행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역시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낮 시간대 출력을 줄일 수 있는 유연화 기술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또다른 발제자인 신호철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은 2032년 이후 한국형 원전 출력을 50%까지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신 원장은 “한국 전력 시장에서 원전은 균등화발전원가(LCOE)가 저렴한 발전원이라서 100%로 가동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었다”며 “재생에너지와 공존하기 위해 현재 80%가 가능한 출력 감발(출력 제어)을 2032년까지 50%까지 높이기 위해 핵연료봉 제조 기술과 핵연료 성능 감시 기술 등을 연구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원전을 짓는 등 앞으로도 원전을 기저전원으로 활용하는 데엔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새울 3·4호기 공사 현장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반면 일각에선 “한국형 원전의 출력제어 기술이 실제로 안정적으로 작동할지 신뢰할 수 없다”며 당장 신규 원전 건설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토론자로 참여한 전영환 홍익대 교수(전자전기공학)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원전 경직성 문제 제기됐지만, 10년 가까이 개발한다던 출력제어 기술이 적용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30년 100GW 재생에너지 설비로 봄·가을철 전력수요(30GW 후반)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재생에너지 설비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추가 전력망 건설 계획 없이 원전만 계속 늘려가는 건 주파수 안정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원전 업계는 날씨에 따라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만으론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정익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원자력및양자공학)는 “날씨가 좋은 날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 공급을 할 수 있다고 해서 공급 안정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며 “전력 공급이 필요할 때 전력을 생산할 확률이 10%에 불과한 태양광에 우리 산업을 맡길 수 없기에 12차 전기본에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 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원전을 더 늘리면 전력이 전체적으로 과잉 공급되어 전력망 전체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과잉 전력을 저장할 때에도 재생에너지보다 원전 전기를 저장하는 게 저렴하다”며 에너지저장장치 확충 대안을 제시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전력망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도시 인근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무환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에너지솔루션 사업단 단장은 “기존 석탄과 가스(LNG) 발전이 ‘비상 발전원’ 역할을 해온 상황에서 이들 발전원이 줄어들 경우 전력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대형 원전보다 출력이 낮고 감발 운전도 쉬운 소형모듈원전을 도시나 산업단지 인근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소형모듈원전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다.
11차 전기본의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계속 추진할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두 차례 토론회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잘 조합하자’는 원론적 수준의 이야기만 남기고 끝났다. 소모적인 ‘탈원전’ 논쟁을 지양해달라며 각 분야 주제 발언만을 유도한 토론회의 운영 방향이 ‘맹탕 토론회’로 이어진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론회를 참관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신규 원전 2기 건설이 한국 사회에 바람직할지에 대한 논의 없이 재생에너지, 전력망, 원전 전문가 등이 각자 얘기만 하는 방식으로 토론회가 끝났다”며 “윤석열 정부가 정한 신규 원전2기 건설을 유지하기 위한 형식적인 공론화 절차라는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번 두 차례 토론회를 끝낸 뒤 설문조사를 통해 신규 원전 건설 여부에 대한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김성환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여러 쟁점이 추가로 확인되면 간담회 등 다른 방법으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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