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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유턴 세금 혜택, 구조적 모순에 손질 불가피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이상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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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2주지났는데 입법 논의 깜깜이, 증권사 시스템 준비도 전무
RIA에서 '1년 보유의무' 구조적 모순, 양도세 면제비율도 바꿔야
작년 연말에 양도세 털어버린 투자자도 많아, 누가 유턴할까



정부가 환율 방어책으로 내 놓은 서학개미의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Reshoring Investment Account) 제도의 시행시점이 안갯속이다. 부실한 정책 설계의 단점을 보완하느라 아직 법개정 초안도 완성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실무에서 직접 정책을 이행해야하는 증권업계에서는 시스템 마련을 위한 준비작업조차 없이 당국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당장 올해 1분기부터 적용해 혜택을 주겠다고 했지만, 실제 정책이행을 위한 현장 움직임은 전무한 상황이어서 업계에서는 정책 시행의 '무산' 가능성도 언급된다. 특히 국내주식으로 갈아타더라도 '1년 이상 보유'해야 혜택을 준다는 요건 때문에 올해 발생하는 해외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적용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적 모순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의원입법으로 속도내도 2월 국회 처리 어려울 듯

7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RIA계좌 등 도입을 위한 세법개정은 발표 2주차가 지난 이날까지 아직 구체안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방안은 해외주식을 팔고 RIA계좌에서 국내주식을 매수한 후 1년 이상 보유하면, 해외주식 양도세를 최대 100% 감면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애플 주식을 팔고, 그 돈으로 삼성전자를 사면 애플을 팔아 생긴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하면서 환율안정을 위해 긴급히 꺼낸 고육지책이다.

구체적으로는 2025년 12월 23일까지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을 2026년 1분기에 팔고 복귀하면 양도세를 100% 감면하고, 2분기에 복귀하면 80%, 하반기에 복귀하면 양도세를 50%만 감면하기로 했다. 해외주식 매도액 기준으로 5000만원까지만 감면 대상이 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빨리 복귀해야만 양도세 혜택이 높고, 이에 따라 외화안정이란 정책의도도 최대한 크게 반영되는 셈이다. 문제는 투자자는 물론 증권사들도 구체적으로 RIA계좌가 어디에 어떻게 생기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RIA계좌 시행을 위해서는 세법을 고쳐야한다. 이에 따른 법안 발의와 국회 의결 과정이 필수다. 정부 입법으로 진행하면 절차가 더 늦어질 수 있어 재경부는 의원입법을 통해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1월 중 입법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 이르면 2월내 바로 시행하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7일 "의원입법으로 입법을 하려는 것은 맞지만 아직 입법안을 준비중"이라며 "많은 변수를 반영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당장 1월 입법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RIA계좌를 개설하고 운영해야할 증권업계 역시 손을 놓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계좌만 뚝딱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ISA처럼 세무당국과 시스템을 연결해야하는데 아직 법도 만들어지지 않고, 구체적인 방향이 없기 때문에 시스템 개발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RIA계좌라는 것이 당국과 금융투자협회 쪽에서 안이 만들어지면, 그 때부터 증권사에서 시스템을 만드는 수순인데, 지금은 아무것도 정리된 것이 없어서 뭘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도 "세금혜택을 주는 계좌이다보니 세법이 우선 만들어져야 한다"며 "재경부 쪽에서 작업은 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아직 업계와 방향을 정하거나 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국내복귀 후 '1년 이상 보유'하라며 혜택은 올해 준다?

이미 발표한 정부 정책 자체에 대한 구조적인 모순도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해외주식 매도 자금으로 RIA계좌 내에서 국내주식을 매수하고, '1년 이상 장기보유'한 경우에만 양도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그런데 1년 이상 보유해야한다면 올 1분기에 국내주식으로 갈아타더라도 내년 1분기까지 보유해야만 혜택 대상이 된다.


양도세는 올해 1월초부터 12월말까지 1년치 양도소득을 통산해야하는데, 1년 이상 보유했다는 것을 확인받기 위해 내년 1분기까지 기다려야 하기에 당장 감면적용이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따라 2026년 양도소득에 대한 1년 한시적용에서 2027년 양도소득에 대한 한시적용 등으로 시점을 변경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1분기에 복귀하면 100%, 2분기는 80%, 하반기에는 50%를 감면한다는 내용의 복귀시점과 감면율에도 변경이 불가피하다. 상반기까지 혹은 하반기 이후로도 감면혜택을 연장, 확대해야만 대상이 구체화될 수 있다.

한 대형 증권사 세무담당자는 "올해 1년만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제도이고, 국내주식으로 갈아탄 후 1년 이상 장기보유 해야만 혜택을 주는데 아직 손에 잡히는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며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기도 어려워서 이대로면 당장 시행되더라도 올해 양도차익에 대해 혜택이 적용되기는 어렵다. 과거 금투세처럼 시스템 개발만 하다가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미 보편화된 손절매 절세법, 유턴 서학개미 얼마나 될까

국내 증시로 돌아오는 서학개미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이미 많은 서학개미들이 기존에 알려진 절세루틴을 활용해 지난 연말과 올 연초를 기점으로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어 낸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정책과 무관하게 해외주식 절세법이 자리잡힌 만큼, 양도세 절감을 위해 RIA계좌를 이용할 투자자들이 정부 기대보다 많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해외주식 양도세는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동안의 양도손익을 통산해서 계산하는데, 이에 따라 연말에 손실난 주식을 팔아 양도차익을 줄이는 방법이 유용한 절세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해외주식 매매로 1000만원의 실현이익이 생겼지만 500만원 손실을 보고 있는 주식을 연말에 팔아서 손절매 하면 양도차익이 500만원으로 줄어드는 식이다.

이에 따라 연말에는 갑자기 해외주식 매도액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지난 연말도 이런 현상은 반복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이후 4일간에만 미국주식 총 매도액은 45억200만달러에 달했다. RIA계좌 정책 발표 전날인 23일에 매도액(13억8100만달러)이 24일 매도액(12억8600만달러)보다 크다는 점에서 정책과 무관하게 이미 적지 않은 서학개미들이 절세플랜을 실행했다는 의미로 보여진다. 장기보유할 주식인 경우 양도세 절감만을 위해 손절매 후 곧바로 동일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도 있는데, 같은 기간 미국주식 매수액도 42억9300만달러에 달한 것이 확인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연말이 되면 손익통산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양도세 헤지를 할 정도로 투자지식의 수준이 올라와 있다"며 "지난 연말에도 정책과 무관하게 양도세 헤지를 위한 해외주식 손절매와 재매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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