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 |
붉은 빛 띤 말을 타고 인간 세계에 온 아이는 한 평생 어디에, 또 얼마나 의료비를 쓸까. 갓 태어난 아가에게 던지기엔 미안하지만 인구 고령화와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재정, 편안한 노후를 위해선 피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가늠해볼 수 있는 연구 보고서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지난 2일 공개했다. 생애 진료비를 병원급별로까지 분석해낸 건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최소 2억원 쓴다…본인 부담은 4700만원
1억9722만원. 2023년 태어난 아이가 전 생애에 걸쳐 쓸 것으로 예상되는 ‘병원비와 약값’(진료비)으로 추정된 값이다. 이 중 건강보험 부담액은 1억4983만원, 본인 부담액은 4739만원이다. 여기에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닌 비급여 진료비를 포함하면 1인당 총진료비는 약 2억4655만원으로 훌쩍 뛴다.
이 추정은 의료서비스 가격 변동이나 의료기술 발달 등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2023년생 아이를 위해 본인과 사회가 부담하는 진료비는 2억4655만원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예로 국가데이터처의 소비자물가조사에 포함된 ‘보건’ 품목(약제비, 입원·외래진료비 등) 물가는 2011년 이후 14년간 13.2% 올랐다. 연구 책임자인 이수연 건강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생애 진료비는 여러 조건을 2023년 기준에 맞춰 추정한 값이기 때문에 물가 변화 등을 염두에 두면 사실상 생애 진료비의 최소값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비급여 진료비 제외 |
생애 중 진료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나이는 언제일까. 진료비는 50대 들어 빠르게 증가하다가 75~80살 때 정점을 찍고 빠르게 감소하는 궤적을 보인다. 진료비 정점 연령 구간의 연평균 진료비는 약 440만원이다. 생애 진료비는 입원진료비와 외래진료비 비중이 각각 40% 수준으로 엇비슷하다. 약제비 비중은 20%다. 또 요양기관별로는 약국이 3993만원으로 가장 진료비 비중이 크고 의원(3984만원), 상급종합병원(3497만원), 종합병원(3388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치과와 한방병원 진료비는 각각 1천만원을 밑돌았다.
* 비급여 진료비 제외 |
느려지는 기대수명 연장, 빨라지는 진료비 증가 속도
2024년이나 2025년, 아니 2040년에 태어난 아이의 진료비는 얼마나 될까. 보고서는 해당년도생의 추정액을 직접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2004년생 생애 진료비 추정값을 내놨다. 2004년생과 2023년생의 생애 진료비 변화를 통해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의 진료비도 어림짐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 비급여 진료비 제외 |
2004년생의 생애 진료비는 4721만원(건강보험 급여 대상 진료비)이다. 소비자물가지수를 활용해 2023년 기준으로 보정한 값은 7276만원이다. 보정값 기준으로 2023년생 진료비는 2004년생 진료비에 견줘 1.7배, 보정 전 값 기준으로는 4배 급증한 셈이다.
무슨 요인이 진료비의 폭등을 불러왔을까? ‘핵심 이유’는 간단하다. 기대수명 변화다. 2004년생보다 2023년생이 더 오래 살기에 그만큼 진료비도 더 많이 든다는 것이다. 2004년생과 2023년생의 기대수명은 각각 77.8살, 83.5살이다. 6살 정도 차이가 난다. 기대수명은 매년 연장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2023년생보다 붉을말띠 생의 생애 진료비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기대수명 연장 속도는 2000년대 들어 상당히 느려지고 있다.
기대수명 늘면 진료비는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2004년생 진료비에 견줘 기대수명 1년 늘어난 2006년생 진료비는 20.1% 늘었다면, 똑같이 기대수명이 1년 차이가 나는 2023년생의 진료비는 2016년생보다 51.8% 더 많았다. 이런 특성을 염두에 두면 2023년생보다 기대수명이 1년 더 길어지는 2040년쯤 태어난 아이의 진료비는 4억원 내외가 될 공산이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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