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시장의 방향이나 종목 선택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며 조용히 자산의 가치를 잠식하는 물가다. 물가를 이기지 못하는 수익률은 숫자상 이익일 뿐 투자자의 삶을 실제로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는 못한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은 전설적인 슬로건 하나로 강력한 경쟁자였던 조지 부시를 누르고 승리했다. 그 슬로건이 바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이다. 본질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아주 간결하고 강력하게 표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투자와 관련해 던져야 할 첫 번째 질문은 아마도 “왜 투자를 해야 하는가”일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클린턴 식으로 한다면 “바보야, 문제는 물가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투자에 있어 물가가 이토록 중요한 이유는 물가상승률이 투자를 통해 달성해야 하는 최소한의 수익률이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을 이기지 못하는 투자는 실질 구매력을 갉아먹는 패배한 투자일 뿐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1977년 포춘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의회가 통과시킨 그 어떤 세법보다 파괴적인 세금이라고 일갈했다. 이는 소득이 있을 때만 부과되는 소득세보다 모든 경제 상황에서 소리 없이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인플레이션이 구매력 감소 측면에서 훨씬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마주한 현실은 공식 통계보다 훨씬 가혹하다. 현재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방식은 본인 소유 주택의 유지 비용인 자가주거비를 주지표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거비 급등기에도 공식 물가는 낮게 나타나는 통계적 착시가 발생한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경상의료비 지출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7.8%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또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향후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과 물가 상승 속도는 다른 국가보다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자녀 교육부터 부모 공양, 노후 의료비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지출되는 ‘생애주기적 생활비용’이야말로 투자자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실존적 물가인 셈이다.
즉, 단순히 소비자물가 수준에 맞춰진 투자자의 수익률 목표는 생애주기적 관점에서의 실존적 물가로 수정돼야 한다. 각자의 실존적 물가와 공식 물가의 간극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반영한 목표 실질 수익률을 설정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강성수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장 ym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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