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규모별 제약기업 분포/그래픽=이지혜 |
정부가 14년 만에 내놓은 약가제도 개선방안(이하 약가 개편안)이 올 하반기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제약업계는 갑작스러운 매출 감소로 연구개발(R&D) 예산이 줄고 직원들도 거리에 내몰리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부 의지가 강해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제약업계는 경제계·노동계 등과 연대를 모색하는 한편 합리적 대안 제시를 통해 정부와의 협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7일 보건복지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보고된 약가 개편안은 제네릭과 특허 만료 의약품의 가격 인하를 주요 골자로 한다.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이후 지금까지 가격 조정이 없었던 약이 인하 대상이다. 오리지널 대비 50% 이상 약가를 받아 온 3000여개 품목은 오는 7월부터, 45~50%인 1500여개 품목은 내년부터 각각 3년에 걸쳐 조정한다.
정부는 그동안 제네릭이 오리지널 대비 충분히 낮은 가격에 팔리지 않은 것이 보험 재정 부담과 국민 의료비 상승을 부추겼다고 평가한다. 산업 육성 측면에서도 "제네릭만 팔아도 된다"는 인식이 혁신 신약 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이번 약가 개편안에 혁신형 제약기업은 R&D 투자 비율에 따라 최소 3년간 60%(하위 70%), 68%(상위 30%)의 가산율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이유다. 3년 이후에도 가산율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의약품 생산 현황/그래픽=이지혜 |
국내 제약사는 제네릭 중심의 소규모 기업 비중이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완제의약품 생산 기업 400개소 중 생산액 10억원 미만이 121개소로 가장 많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혁신형 제약기업 품목과 필수 의약품을 제외하면 실제 약가 인하 대상은 4500개보다 상당히 줄 것"이라며 "일괄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서 제네릭만 만들고 신약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제약사만이 약가 인하 영향권에 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약가 개편안이 산업계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 진행됐다고 반발한다. 제네릭은 꼭 규모가 작은 제약사만이 아니라 대다수 회사에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 왔고, 이 수익을 바탕으로 신약 연구와 해외 진출을 추진해 온 만큼 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매출 감소는 R&D 축소, 인력 감축을 불러 결국 글로벌 경쟁력이 되레 약해지는 결과를 부를 것이라 경고한다.
지난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은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 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고 59개 제약사 대표(CEO)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제네릭 가격이 40%대로 감소할 경우 연간 예상 매출 손실액은 총 1조 2144억원으로 기업당 평균 233억원으로 추산됐다. 영업이익 감소율은 평균 51.8%였다. 제약사 CEO들은 "약가 인하 시 R&D 예산은 25%, 직원은 9%를 줄일 것"이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아울러 혁신형 제약 기준 유연화, 펀드 조성과 R&D 세액공제 확대 등의 지원책도 요구했다.
정부가 올 상반기 약가 개편안의 통과를 목표한 데 따라 이르면 다음 달 건정심에서 해당 안건이 의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위는 개편안 시행을 일정 기간 유예,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개선안을 도출해 달라고 주장한다. 산업 위축, 고용 불안과 같은 약가 개편안의 파장을 경제계·산업계와 공유해 '연대 투쟁'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관계자는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을 이달 중 마련할 계획"이라 밝혔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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