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이주환 기자) 헝가리를 대표하는 영화 거장, 벨라 타르가 세상을 떠났다.
AFP·AP통신 등 외신은 6일(현지시간) 영화 감독 벨라 타르가 향년 70세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타르 감독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롱테이크(길게 찍기),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 캐스팅, 회화 같은 흑백화면 등의 기법을 즐기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시간의 흐름을 이미지로 환원하는 이 고유한 리듬은 동유럽의 퇴폐와 몰락을 응시하던 1990년대 유럽 영화의 가장 독보적인 시선이었다.
타르는 1955년 헝가리 남부 도시 페치에서 태어났다. 16세 생일, 아버지가 선물한 카메라로 영화를 찍기 시작했고, 1977년 첫 장편 '패밀리 네스트'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프리패브 피플', '가을의 연감' 등 초기작들은 사회리얼리즘 계열의 다큐멘터리적 접근을 선보였다.
전환점은 1988년작 '저주'로 이 작품부터 긴 쇼트, 흑백 화면 등 미학적 전환을 단행했다. 이후 '사탄탱고'(1994), '베르크마이스터 하모니'(2000), '런던에서 온 남자'(2007)를 거쳐, '토리노의 말'(2011)로 장편 연출을 마무리했다.
그의 대표작 사탄탱고는 영화사에서도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439분의 러닝타임, 동유럽 공산체제의 붕괴 이후를 농촌 공동체의 퇴락으로 비유한 이 작품은 영화 보기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도전장이었다. 서두도, 클라이맥스도 없는 느림 속에서, 타르는 인간 존재와 믿음, 권위와 종말을 곱씹는다.
그의 세계는 문학과도 깊게 맞닿아 있었다. 특히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와의 협업은 영화적 형식 이상의 응집력을 제공했다.
'저주', '사탄탱고', '베르크마이스터 하모니' 등 타르의 대표작 대부분은 라슬로의 소설에서 비롯됐거나 공동 작업으로 탄생했다.
정치적 태도 또한 분명했다. 그는 헝가리의 극우 성향 총리 오르반 빅토르를 공개 비판했고, 정부가 금지한 성소수자 행진 '부다페스트 프라이드' 개막 행사에 참석해 세계인권선언을 낭독했다. 한 예술가가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행보였다.
2011년 마지막 장편 영화인 '토리노의 말'(The Turin Horse)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2017년과 2019년 단편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타르 감독은 2014년에는 부산영화제를 찾은 적이 있어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벨라 타르의 영화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한 번 진입하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렵다. 느림은 지루함이 아니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을 응시하게 하는 장치였다. 카메라는 정지하지 않고, 인물은 끝없이 걷고, 관객은 그 시간 속에 머물렀다.
그의 사망은 단순히 한 거장의 퇴장이 아니다. 산업화된 속도와 편집의 미학 속에서, 타르가 남긴 "긴 시간"의 가치와, 그 침묵의 저항은 더 선명해진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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