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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묶인 '상비약 제도' 손본다…무약촌 공백 겨냥한 구조 개편

머니투데이 김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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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아 의원(국민의힘) 대표발의 약사법 개정안/그래픽=김지영

한지아 의원(국민의힘) 대표발의 약사법 개정안/그래픽=김지영


이번 약사법 개정안은 단순히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처를 늘리는 내용을 넘어 14년간 사실상 멈춰 있던 상비약 제도의 구조 자체를 손보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2012년 도입 당시 심야·새벽 시간 약국이 문을 닫더라도 24시간 편의점에서 최소한의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 취지와 달리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지역별 의약품 접근성 격차는 더 커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3636개 읍·면·동 가운데 약국과 상비약 판매점이 모두 없는 '무약촌'이 556곳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본지 창간기획으로 약국과 상비약 판매점이 모두 없는 곳을 '무약촌'으로 규정하고 고발한 이후 정부가 실태파악에 나선 결과다.

【관련기사 : 2024년 6월19일자 1면·4면·5면 ☞[단독]의사만 부족한게 아니다…전국 16%는 약 살 곳 없는 '무약촌' 등 8개 기사 시리즈】

상비약 제도가 존재하지만 정작 의약품 접근성이 가장 절실한 지역은 제도 밖에 방치돼 온 셈이다. 그마저 있던 상비약 판매점마저도 정부와 국회의 제도개선 논의가 멈춘 사이 1200여개가 더 줄었다. 편의점업계의 성장 정체와 수익성 악화로 지방 점포의 폐업과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남아 있는 점포들도 인건비 부담 등으로 24시간 운영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관련기사 : 2025년 12월21일자 1면·5면 ☞[단독]1년새 1284곳 사라진 상비약 판매점..무약촌 더 넓어진 대한민국 등 4개 기사 시리즈】

이번 개정안이 무약촌을 특정해 24시간 운영 요건의 예외를 허용하도록 한 배경이다. 약국과 상비약 판매점 모두 없어 의약품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24시간 운영 요건 규제를 없애 최소한의 상비약 접근성을 올리겠다는 취지다.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수 조정 방식 변화도 추진한다. 현행 약사법은 상비약 품목을 20개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실상은 제도 도입 후 13개 품목만 운영돼 왔고 지금은 생산중단 등의 이유로 11개 품목만 운영되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14년 동안 품목 재조정 논의는 멈춰있었고 감기약·해열진통제 중심의 제한적 구성은 실제 생활 수요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반복돼 왔다.


이에 개정안은 품목 수를 법률에 고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위임해 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필요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여지를 둔 것이다. 다만 이는 즉각적인 품목 확대를 의미하기보다는 논의 자체가 가능하도록 문을 연 조치에 가깝다. 실제 확대 여부를 두고는 약사단체와 소비자단체 간 의견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의 또 다른 축은 약사정책심의위원회 신설이다. 그동안 안전상비의약품을 포함한 약사 정책 전반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법정 기구가 부재해 제도 개선이 단발성 논의에 그쳐 왔다. 상비약 품목 조정 등을 심의하는 안전상비약지정심의위원회는 3년마다 상비약 제도의 타당성을 검토하게 돼 있지만 의무는 아니라는 이유로 공식적인 재평가 논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남은 관문은 국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상비약 품목확대와 24시간 규제로 약 접근성이 떨어지고 개선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앞으로 따져봐야 할 게 많다는 입장이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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