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림 기자]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아 국내 주요 식품기업 수장들이 일제히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확대'를 올해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과 내수 시장의 성장 한계 등 복합 리스크가 상존하는 가운데, 실행력을 앞세운 해외 시장 공략만이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K라면, 내수 한계 넘어 세계로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라면업계 신년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키워드는 단연 '글로벌'이다. 삼양식품·농심·오뚜기 모두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것을 예고했다.
K라면, 내수 한계 넘어 세계로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라면업계 신년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키워드는 단연 '글로벌'이다. 삼양식품·농심·오뚜기 모두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것을 예고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글로벌은 선택이 아닌 삼양의 존재 이유"라고 말하며 해외 시장을 기업 정체성과 장기 전략의 핵심 축으로 규정했다. 이를 위해 People(사람), Process(과정), Philosophy(철학) 등으로 구성된 '3P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 또한 발표했다.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People, 확장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 Process, 그리고 삼양다움을 지키는 Philosophy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근본(根本)'에 충질할 것을 강조했다. 속도보다 성장의 기준을, 규모보다 확장의 방식을, 단기 성과보다 삼양다운 판단과 실행을 지키자는 주문이다. 김정수 부회장은 "삼양라운드스퀘어가 말하는 근본은 데이터와 디지털에 기반한 전략적 판단, 그 판단이 제품·품질·브랜드 전반에 일관되게 적용되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2026년을 삼양의 근본을 다시 세우는 해로 삼아 각자 자리에서 그 기준을 함께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는 올해 경영지침으로 'Global Agility & Growth'을 내세웠다. 이는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과 유연한 실행(Agility)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 차원 높은 성과와 지속 가능한 성장(Growth)을 실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조용철 대표는 특히 글로벌 시장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 농심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수립한 'Vision 2030' 달성을 위해 글로벌 관점에서 변화와 도전을 지속해 왔다"라며 "올해는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격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하반기 예정된 녹산 수출전용공장 완공을 발판 삼아 수출 활성화에도 빈틈없는 노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 역시 K푸드와 HMR(가정간편식)을 통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주문했다. 함영준 회장은 "국내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새로운 제품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며 "K푸드와 HMR을 통해 한국의 맛과 가치를 세계로 확산하자"고 밝혔다.
치킨 등 K푸드도 글로벌 전략 동참
라면업계에 국한된 흐름이 아니다. 글로벌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중장기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그룹 창업자인 윤홍근 회장은 BBQ 신(新)경영을 공식 선언하며 "자강불식(自彊不息)의 실행력으로 세계 1등 프랜차이즈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글로벌 전략으로는 속도보다 완성도를 강조했다. 미주·유럽·중국·중앙아시아를 핵심 거점으로 삼고 'K-BBQ'로 확장하는 글로벌 전략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교촌에프앤비 또한 글로벌 소비자를 짚었다.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K푸드를 향한 글로벌 고객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IT와 자동화 시스템을 비롯해 시장을 둘러싼 변화의 속도 역시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인식하고 스스로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역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남정 회장은 "새해 글로벌 사업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며 "단순 업무는 AI에 맡기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일에 몰입하자"고 말했다. 특히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 R&D(연구개발)로 동원그룹의 부가가치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김 회장은 "해외 계열사와 협업을 강화해 시장을 면밀히 센싱하고, 기회가 보이면 과감히 실행하자"며 "회사도 국내외 계열사간 인적 교류 확대와 글로벌 인재 확보로 조직을 글로벌 체질로 바꾸겠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전 세계적인 K푸드 열풍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다. 업계에서는 일시적인 한류 효과에 기대는 것이 아닌, 현지 소비자와 시장 환경에 맞춘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신뢰를 얼마나 탄탄히 쌓아갈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6년은 속도보다 완성도, 규모보다 지속 가능성이 시험대에 오르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K푸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제는 단순한 트렌드만으로 성장을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현지화 전략과 품질·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얼마나 꾸준히 쌓아가느냐가 K푸드 열풍의 지속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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