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CES 2026 개막을 앞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를 장재훈 부회장과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10월 ‘깐부 회동’에서 맥주잔을 기울였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행사장에서 또 만났다. 앞서 황 CEO가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 ‘알파마요’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양사 간 파트너십이 자율주행 분야로 확대되리란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루 호텔에서 황 CEO와 30분가량 비공개 회동했다. 황 CEO는 전날 CES 특별연설에서 알파마요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누구나 자유롭게 수정해 차량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자율주행 생태계 속으로 끌어들이는, 이른바 ‘록인’ 전략을 펼쳐 선발주자인 테슬라, 웨이모와 맞서겠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판매량 기준 글로벌 3위 업체로,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자율주행·로보틱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의 주요 협업 대상으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으로선 테슬라 방식의 자율주행 전략에서 속도와 안전을 병행 추진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할 필요성이 커진 상태다. 이런 와중에 국내에 상륙한 테슬라의 감독형 FSD(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은 ‘얼리 어답터’를 중심으로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구글 웨이모가 무인 로보택시 상업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테슬라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 죽스 역시 자율주행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상업 서비스 개시를 목전에 둔 상황이다. 중국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술 개발로 여러 업체가 도로 실증 운행을 통해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며 저만치 앞서 달려가고 있다.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뒤진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퀀텀 점프’를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실제로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CES 기자간담회에서 알파마요 협력 가능성과 관련해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가능성은 다 있다. 조만간 전체적인 (자율주행) 전략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이 상당히 무르익었음을 시사했다.
이들이 구상하는 최종 목적지는 인간의 개입이 없는 자율주행이다. 황 CEO는 이날 열린 언론·애널리스트 대상 회견에서 “(특정 구간에서 인간의 개입이 없는 자율주행 수준인) ‘레벨4’ 단계에 매우 빠르게 진입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황 CEO는 알파마요가 추구하는 자율주행 방향이 테슬라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FSD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도 “엔비디아는 차량을 직접 제작하지 않고 다른 회사를 위한 기술을 구축한다”고 설명했다. 자체 차량에만 FSD를 적용하는 테슬라의 수직 생태계와 달리, 엔비디아는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활용할 수 있는 수평적 생태계를 지향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기조연설 도중 벤츠와의 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권재현 선임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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