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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에서 겉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정서적 어려움을 지속해서 겪는 등의 이른바 ‘사각지대 위기 학생’의 지원에 있어 보호자 동의라는 첫 관문부터 지원이 막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 학생 지원이 ‘낙인’으로 받아들여져 마음을 닫는 가운데, 위기 포착부터 지원까지 절차를 표준화하고 신속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서교연)은 7일 ‘정서 행동 위기 학생을 위한 협력적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설문 조사 결과를 내놨다. 설문은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원 248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15~25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설문 분석 결과, 교사의 39.0%가 학교 내 사각지대 위기 학생의 비율이 1~5%라고 답했다. 사각지대 위기 학생은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제도적 지원의 보호 범위에 포함되지 못하는 학생들을 일컫는다. 겉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거나, 진단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공식 지원을 못 받거나, 보호자 협조 부족이나 지원 기관의 절차 문제로 개입이 중단되는 학생들이다. 보고서는 이들에 대한 “조기 발견-개입-연계-사후관리로 이어지는 지원 체계가 단계별로 단절되면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제도 밖에 머무는 사각지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불안, 우울 등으로 무기력이나 자기 위축이 심해 배움에서 소외되기도 하지만, 정서 조절 어려움으로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있다.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원인을 복수 응답으로 물은 결과, 응답자의 78.6%가 ‘보호자 비협조’를 가장 높은 비율로 답했다. 이어서 진단 지연(38.3%), 인력과 예산 부족(32.2%), 정보 공유 한계(26.3%) 등을 꼽았다. 위기 학생 지원을 위한 첫 관문인 학부모 동의부터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학교에서는 학생에게 위기 상황 발생 시 학부모에게 공유하더라도 가정 문제를 노출하기 싫다는 이유 등으로 상담이나 검사를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썼다. 현행 제도상 학교에서 위기 학생을 지원할 때 의료 등 전문기관의 개입을 위해선 보호자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같은 문제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입법 과정에서도 지적돼 긴급한 위기 상황에서는 보호자 동의 없이도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이 애초 삽입됐으나, 보호자 친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반발에 부딪혀 최종적으로 삭제되기도 했다.
하지만 보호자의 비협조를 위기 학생 지원을 가로막는 단순한 장벽만으로는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유리 서교연 연구위원은 “보호자의 무관심이나 프라이버시 문제가 아닌, 문제 학생으로 치부되는 ‘낙인 효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자가 지원 요청 자체를 꺼리는 구조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보호자 요인으로 위기 학생 지원 개입이 지연되지 않도록 예외 기준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지금처럼 ‘말 잘 듣는 학생’을 중심으로 짜인 교육과정이나 학교 문화가 아닌, 학교 자체가 위기 학생을 격리·소외하는 방식이 아닌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역량도 같이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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