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중단했던 가계대출 영업을 재개한 지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시중은행 ATM기가 설치돼 있다. 뉴시스 |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5억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다가 연 5% 중반대 금리를 제시받고 대출을 미뤘다. A씨는 “연초에 대출이 다시 열린다고 해 기대했지만, 금리가 너무 높아 매달 상환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금리가 조금이라도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계대출 영업을 중단했던 은행들이 새해 들어 다시 대출 빗장을 풀었지만 금리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대출 총량 관리가 연초 들어 다소 완화됐음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대출 문턱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10~6.2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연 4.02~6.08% 수준과 비교해 한 달여 만에 0.08~0.14%포인트 오른 수치다. 연말 기준 5대 은행 주담대 평균금리가 이미 4% 중반까지 치솟은 가운데 연초 들어 최고 6%대 금리도 본격적으로 등장한 모습이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역시 오름세다.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68~6.08%로 상단이 6%대를 넘어섰다.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와 코픽스(COFIX) 금리가 동시에 상승하고 있어서다.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지난 6일 기준 3.502%로, 지난해 11월 초(3.154%) 대비 0.348%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도 2.81%로 전월보다 0.24%포인트 상승했다.
연초를 맞아 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새로 부여받고 주담대와 신용대출 영업을 재개했지만 대출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2%대로 설정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가계대출 증가율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기조보다도 보수적인 수준이다.
문제는 향후 금리 인상 압박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2026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에서 금융안정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당분간 신중한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창용 총재 역시 신년사에서 “통화정책은 다양한 지표를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운영하겠다”고 언급하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재확인했다.
업권에서는 1400원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는 고환율이 기준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400원으로 제시했으며, 높은 환율 수준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연초부터 대출 한도를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우대금리 축소나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대출 총량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국은 특정 시기에 가계대출이 집중되지 않도록 월별 대출 관리 강화 방안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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