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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의 한계는 ‘보이지 않는 로봇’이 깨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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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하드웨어 대기업과 대학 연구소, 그리고 물론 엔비디아에서는 로봇의 미래를 두고 2가지 상반된 비전이 구체화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SF에 자주 등장하는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이다. SF 작품에서는 가이노이드(Gynoid), 펨봇(fembot), 스텝퍼드 와이프(Stepford wife), 드로이드(droid), 리플리컨트(replicant), 사일런(Cylon), 오톤(Auton), 호스트(host), 휴봇(hubot), 퍼소콘(persocon), 리플로이드(reploid)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 비전의 핵심은 첨단 기술과 AI를 이용해 인간의 생리 구조와 걸음걸이의 어색함까지 포함한 ‘인간 그 자체’를 모방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짜 인간’은 창조자에게는 신이 된 듯한 착각을, 소유자에게는 노예를 거느린 듯한 묘한 지배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필자의 칼럼을 자주 읽는 독자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발상이 불편하고 수상하며, 근본적으로 문제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필자가 기술 비관론자나 ‘신흥 러다이트(Neo-Luddite)’는 아니다. 오히려 필자는 로봇의 미래가 지닌 가능성에 깊이 매료돼 있다. 필자의 생각은 단순하다. 로봇화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로봇화해야 한다.


그래서 카네기멜런대학교 연구팀이 제시한 새로운 개념, ‘비가시적 물리 인공지능(unobtrusive physical AI)’, 필자가 선호하는 표현으로 ‘앰비언트 로보틱스(ambient robotics)’가 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환경과 융합되기 시작하는 컴퓨터

이 개념의 핵심은 센서가 인간의 행동을 감지하고 AI가 그 의도를 파악하며, 로봇이 이를 자연스럽고 보이지 않게 직관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명령이 없어도 주변 환경 속에서 기술이 사람의 행동을 매끄럽게 돕는 구조다. 환경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 사용자의 직접적인 명령 없이 스스로 작동하는 컴퓨터 시스템인 앰비언트 컴퓨팅(ambient computing)을 물리적 지능 형태로 구현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키보드를 치거나 화면을 터치할 필요 없이 기기가 사용자의 필요를 감지해 자동으로 실행한다.


이 아이디어는 1996년 제록스 PARC(Palo Alto Research Center)의 마크 와이저가 처음 제시했다. 와이저는 기술이 끊임없이 주의를 요구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배경으로 사라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후 1990년대 후반에는 일라이 젤카가 이와 유사한 개념을 ‘앰비언트 인텔리전스(ambient intelligence)’라는 용어로 정의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프레피(Preppy)의 설립자 그랜트 올드리치는 이 시스템이 AI, IoT, 그리고 실시간 데이터를 결합한 형태라고 설명한다. 센서는 사람의 움직임과 음성을 감지해 의도를 파악하고, 사용자의 행동 패턴에 따라 즉시 반응한다. 예를 들어 방에 들어서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조명과 온도를 사용자의 습관에 맞춰 조정하는 식이다.


앰비언트 컴퓨팅의 또 다른 비전은 웨어러블 AI다. AI 안경, 특히 구글의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와 같은 제품은 차세대 앰비언트 컴퓨팅 플랫폼의 핵심 주자로 꼽힌다.


카네기멜론대학교 연구원 바이올렛 한과 동료들이 개발한 앰비언트 로보틱스 시스템은 ‘오브젝트 에이전트(Object Agents)’라 불리는 장치를 중심으로 한다. 이 장치는 일상적인 사물을 지능화하고, 로봇 움직임을 통해 사용자를 능동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시 말해, 기존의 로봇 장치 대신 오브젝트 에이전트가 환경 전체의 일부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멀티모달 AI(multimodal AI)는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가 집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낸다. 이 시스템은 크기가 다양한 바퀴 달린 플랫폼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옮겨야 할 물건을 그 위에 올리면 필요할 때와 장소에 따라 자동으로 이동시킨다.


이 기술이 구현된 미래에서는 사용자가 장을 보고 집에 돌아오면 벽면에서 선반이 자동으로 펼쳐져 장바구니를 잠시 올려둘 수 있게 도와준다. 누군가 부엌칼에 몸을 기대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 칼이 스스로 비켜나고, 누군가가 문서를 철하려는 순간에는 스테이플러가 책상 위를 굴러와 손 닿는 곳으로 이동한다.


식물을 스스로 키우는 화분?

카네기멜론대학교만이 앰비언트 로보틱스 개념을 연구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흥미로운 컨셉이 등장했다. 바로 스스로 햇빛을 찾아 움직이는 화분형 식물이다. 이 화분에는 AI, 모터 달린 바퀴, 센서가 탑재돼 집 안을 돌아다니며 햇빛이 드는 곳을 스스로 찾아간다.


이 개념을 조금 더 확장하면, 식물이 스스로 물을 찾아가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식물을 기르는 일이 완전히 자동화되어 주인이 더 이상 물을 주거나 위치를 바꿔줄 필요가 없게 된다.


어디에나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

앰비언트 로보틱스의 핵심은 AI, 카메라, 센서, 그리고 움직일 수 있는 기계 구조를 결합해 반복적이고 번거로운 일, 위험할 수 있는 상황, 불편한 일상 행동을 자연스럽게 줄여주는 것이다. 사람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게 도움을 주는 로봇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예를 들어, 옷을 갈아입을 때 빨래통이 스스로 침실로 굴러와 옷을 받아주고, 사용자가 세탁기를 작동시키면 알아서 세탁실로 이동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고양이가 배변할 때 자동으로 등장하는 화장실이 나타나 배설물을 스스로 처리해주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또 차고가 마치 아마존 물류창고처럼 작동해, 물건을 천장 높이까지 정리해두었다가 센서가 사용자의 필요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꺼내주는 시스템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앰비언트 로보틱스 기반의 가정 풍경은,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미래상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다. 전자는 눈에 보이지 않게 작동하며 사용자의 개입 없이 집안일이 저절로 처리되는 ‘보이지 않는 로봇의 세계’이며, 후자는 인간의 모습을 흉내 낸 인조 하인이 집 안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는 ‘가짜 인간 로봇의 세계’다.


SF 영화 속 휴머노이드 로봇은 처음에는 신기할지 몰라도 그 흥미는 고작 10분 남짓일 것이다. 오히려 대부분 사람에게는 앰비언트 로보틱스가 그리는 미래상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비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dl-itworldkorea@foundryco.com



Mike Elgan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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