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 현장은 전례 없는 기후 변화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제주도를 주산지로 하는 감귤 산업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반복되고 있는 고온 현상은 우리나라 대표 만감류인 ‘감평(레드향)’의 성숙기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과실 껍질이 벌어지거나 터지는 열과(裂果)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현재 900ha 이상 재배되고 있는 ‘감평’의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이는 특정 품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감귤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이러한 열과 현상은 ‘감평’에서 먼저 두드러지고 있으나, 노지 온주를 비롯한 다른 만감류에서도 점차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열과 피해의 주요 원인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고온 환경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는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와 같은 이상기상은 과실의 비대 속도를 과도하게 촉진하고 과피를 건조하게 만들어 열과 발생 위험을 높였다.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열과 피해가 많이 발생한 농가는 피해가 적은 농가보다 과실의 횡경 비대 속도가 약 15%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온의 조건이 과실 내부 생장과 과피의 물리적 특성 간 균형을 무너뜨리며 열과를 유발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과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피해 경감 기술의 확립과 보급이다. 즉, 고온이 집중되는 시기에 주·야간 온도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는 재배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많은 농가에서 활용 중인 차광 처리는 낮 동안의 온도를 3∼4도 정도 낮춰주는 효과가 있으나, 생육 단계와 품질을 고려한 보다 정밀한 처리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과실 비대가 주로 진행되는 야간 고온을 완화할 수 있는 관리 기술 역시 열과 피해 경감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검토되어야 한다.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센터는 농가와 산업체 등 현장 주체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재배 환경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과실 생육 특성과 열과 발생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여 현장 적용이 가능한 경감 기술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열과 피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표준화한 재배 매뉴얼로 정리하여 농업 현장에 신속히 보급할 계획이다.
한편, 여름철 고온과 집중호우, 겨울철 예기치 못한 한파 등 극한 기상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수년간 반복되고 있는 기상 관측값의 최고·최저 기록 경신은 기후 변화가 이미 일상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감귤뿐만 아니라 다양한 농작물의 안정 생산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농업인이 안심하고 농사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원인 구명, 실효성 있는 기술 개발, 그리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민·관·산·학·연이 초기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하여 대응 기술과 지원 방안을 함께 구상해야 한다. 감귤에서도 산업을 구축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산·유통·지원 전 과정에서의 협력과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노력이 모일 때, 우리 감귤 산업은 더욱 견고해지고 감귤 재배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 기반 역시 마련될 것이다.
안현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