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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 원유 놓고 美 계산 바뀌나…트럼프 “5000만배럴 美에 들여와 시장가격으로 판매할 것”

헤럴드경제 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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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체포 이후 에너지 전략 전환 신호
중국 중심 수출 구조 변화 가능성
美 봉쇄 장기화 땐 베네수 원유 ‘붕괴’ 경고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2026년 1월 6일(화), 석유 펌프와 유정을 그린 벽화 앞을 한 현지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AP]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2026년 1월 6일(화), 석유 펌프와 유정을 그린 벽화 앞을 한 현지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A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산 원유 최대 5000만배럴을 미국에 인도받아 시장 가격으로 판매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 석유를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베네수엘라 과도 정부가 제재 대상이었던 고품질 원유 3000만~5000만배럴을 미국에 인도할 것”이라며 “해당 원유는 시장 가격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판매 대금은 미국 대통령인 나의 통제하에 두고 베네수엘라 국민과 미국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에게 이 계획을 즉각 실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원유는 저장선을 통해 운송돼 미국 내 하역 항구로 직접 반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5000만배럴 기준으로 이번 거래 규모가 최대 30억달러, 원화로 약 4조3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단기간에 상당한 물량이 미국으로 유입될 경우 국제 유가와 미국 내 에너지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이후 미국 석유 기업들이 참여하는 형태의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 구상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번 원유 인도·판매 계획 역시 베네수엘라 석유를 미국의 에너지 전략과 가격 안정 정책에 직접 편입시키려는 시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앞서 미국과 베네수엘라 당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미국 정유사로 수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물량과 판매 방식까지 직접 언급하면서 석유 제재 완화 또는 선택적 해제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정부 및 산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카라카스와 워싱턴 당국자들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미국 정유사들에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협의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가 미국의 해상 봉쇄로 저장 공간 부족에 직면하면서 이미 생산량을 줄인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출범 이후 베네수엘라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에너지 제재를 전면에 내세워왔다.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베네수엘라 내 사업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경고했고, 베네수엘라와 석유를 거래하는 국가에는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방침도 밝혔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제재 대상 유조선의 베네수엘라 출입을 전면 봉쇄하도록 지시했다.

이 조치로 베네수엘라는 유조선과 저장탱크에 적재된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출하하지 못한 채 묶여 있으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을 허용할 경우, 지난 수년간 이어져 온 ‘중국 중심’ 수출 구조에도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이 해상 봉쇄에 들어가기 전까지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물량의 최대 80%가 중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제재가 해제될 경우 이 물량의 상당 부분이 지리적 근접성과 정제 설비 측면에서 유리한 미국으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미 남부 걸프 연안 정유시설들이 대표적인 수혜처로 거론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 정유사들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정제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여건만 마련된다면 민간 부문에서 상당한 수요와 관심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재 완화가 지연될 경우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 자체가 ‘붕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도 동시에 제기된다. FT는 미국이 해상 봉쇄를 유지할 경우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이 현재 하루 약 90만 배럴 수준에서 최대 60만 배럴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봉쇄 이후 생산량은 약 8% 감소했으며, 추가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PDVSA 내부에서는 “대부분의 중질유 유전이 감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PDVSA 엔지니어는 FT에 “국내 일부 유전과 셰브런이 운영하는 유전만 최대 생산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베네수엘라 해역에 저장된 원유는 최소 1670만 배럴에 달하며, 전 세계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해상 저장량은 지난해 12월 이후 89% 급증해 2360만 배럴로 늘었다.

미국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 체포 이후에도 베네수엘라 임시 정부가 마약 차단, 적성국과의 석유 거래 중단 등 미국의 조건을 충족할 때까지 봉쇄를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봉쇄 장기화가 오히려 국제 유가를 자극해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온 ‘에너지 호황’ 구상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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