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파멸' '사탄탱고' '토리노의 말' 등을 만들며 이른바 '느림의 제왕'으로 불린 헝가리 거장 벨라 타르(Bela Tarr·71)가 세상을 떠났다. 헝가리영화인협회는 6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타르 감독이 장기간 투병 끝에 이날 오전 별세했다"고 밝혔다.
1955년 헝가리 남부 도시 페치에서 태어난 타르 감독은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 유럽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79년 '가족의 보금자리'로 데뷔해 2011년 '토리노의 말'을 내놓고 은퇴하기까지 32년 간 내놓은 영화가 9편에 불과할 정도로 작품수는 많지 않았으나 빼어난 완성도와 깊은 예술성으로 영화 작가주의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상 모든 영화가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파멸'(1988) '사탄탱고'(1994) '토리노의 말'(2011)은 그의 영화적 비전을 가장 적확하게 실현한 영화라는 게 중론이다. 타르 감독은 헝가리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몰락 이후 황량하고 희망 없는 풍경을 집요하게 기록한 작가이자 연출가였다. 그는 사회 시스템 붕괴 후 소외된 인간들과 피폐해진 정신을 묵시록적으로 담아내며 동유럽 현대사의 어둠을 그리는 데 천착했다.
타르 감독은 이 주제를 길고 느리게 그러면서 흑백으로 찍었다. '사탄탱고'는 러닝타임만 438분. 그의 영화엔 10분 이상 이어지는 롱테이크 장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흑백 화면의 극명한 명암 대비를 더해 헝가리는 물론 동유럽의 절망과 고통을 관객이 실감하게 하는 연출을 보여줬다. 이처럼 미니멀리즘적이고 금욕적인 방식으로 그가 만들어낸 영화들은 그 자체로 미적으로 뛰어나기도 해 타르 감독에겐 '느림의 제왕' '절망의 시인' 같은 별명이 붙었다.
동유럽 아방가르드 영화의 마지막 거장이자 작가주의 영화의 상징으로 불렸으나 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유럽 주요 영화제 수상 경력은 '토리노의 말'이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은 게 전부다.
은퇴 후엔 보스니아 사라예보로 이주해 영화 학교 '필름.팩토리'를 만들고 학생들에게 영화를 가르쳤고 그들의 영화를 제작했다. 종종 정치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특히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포퓰리즘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그의 문화 관련 정책에 수 차례 반대 입장을 내놨다. 2020년 정부 조치에 항의하여 캠퍼스를 점거했던 부다페스트 연극영화예술대학교 학생 그룹을 후원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프랑스 극우 정치인 마린 르 펜을 비판한 적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