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만다린 오리엔탈 리츠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김건희 여사가 반클리프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지난해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금품 수수 의혹에서 수사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물증’이다.
해외 순방 당시 착용했던 이 목걸이에 대해 김 여사는 한동안 “모조품” “직접 구매” “분실” 등으로 해명을 바꿔가며 부인해왔다. 그러나 실제 구매자였던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내가 건넸다”고 밝힌 자수서를 특검에 제출하고, 김 여사가 착용했던 바로 그 진품 목걸이 실물까지 등장하면서 해명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이른바 ‘반클리프 목걸이’가 김 여사 신병 처리의 핵심 증거로 작동한 것이다.
최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반클리프 아펠 스노우플레이크 목걸이’로 확인됐다. 이 회장은 2022년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는 명목으로 김 여사를 직접 만나 이 목걸이를 전달했다는 취지의 경위를 자수서에 상세히 적었다.
자수서에는 이 회장이 김 여사에게 5560만원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건넸다는 내용이 담겼다. 2026년 1월 현재 반클리프 아펠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같은 스노우플레이크 라인의 가장 작은 모델 가격조차 8300만원에 이른다. 당시 전달된 목걸이가 고가의 하이주얼리였음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대목이다.
반클리프 아펠 홈페이지 갈무리. |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은 1906년 파리 방돔 광장에서 출발한 하이주얼리 브랜드다. 유럽 왕실, 귀족, 20세기 상류층 사교계가 반클리프 아펠을 애용했다.
반클리프 아펠을 상징하는 대표 컬렉션은 네잎클로버 모양의 모티프로 ‘행운’을 형상화한 ‘알함브라’다.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에서 영감을 받아, 왕실의 장식미와 ‘선택받은 이들의 행운’을 상징하도록 이름 붙여진 컬렉션이다. 비교적 단순한 디자인과 반복되는 클로버 패턴 덕분에 일상 착용이 가능하고, 상류층의 클래식한 취향을 드러내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가 착용한 것으로 확인된 제품은 이 알함브라가 아니라, ‘스노우플레이크’ 라인이었다. 눈꽃처럼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세팅한 이 컬렉션은 반클리프 아펠의 하이주얼리 제품군으로, 제작 난이도와 희소성이 극도로 높아 수천만~수억 원대에 이른다. 단순한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누가 이걸 걸 수 있는가”를 전제로 만들어진 장신구다.
반클리프 아펠 알함브라 라인. 홈페이지 갈무리 |
영부인이나 왕실, 초고액 자산가들은 알함브라가 아닌 스노우플레이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잎클로버 모티프의 알함브라는 반클리프 아펠을 대표하는 아이콘이지만, 대중적 인지도와 접근성이 높은 만큼 부를 자랑하는 상징이다. 반면 스노우플레이크는 브랜드 내부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한 하이주얼리 라인으로, 제작 수량이 극히 제한되고 주문 제작에 가까운 방식으로 유통된다. 가격 자체가 진입 장벽이 되고, 소유 사실만으로도 사회적 위계가 드러나는 구조다. 김 여사가 뇌물로 받은 스노우플레이크 라인에서 더 큰 팬던트의 가격은 1억6550만원에 달한다.
영국 왕세손빈 케이트 미들턴은 외교 일정과 공식 행사에서 반클리프 보석을 자주 착용해 왔다. 프랑스 대통령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역시 국빈 방문이나 국가 행사에서 반클리프 아펠 주얼리를 선택해, 프랑스 하이주얼리 브랜드가 지닌 전통성과 문화적 위상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레드카펫에서도 반클리프는 ‘격이 다른 보석’으로 통했다. 배우 앤 해서웨이, 모델 지젤 번천, 팝스타 비욘세와 리한나 등 세계적인 셀럽들은 시상식과 글로벌 행사에서 반클리프 장신구를 착용해 왔다.
하지만 반클리프 아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늘 곱기만 한 것은 아니다. 수천만~수억원에 이르는 가격표는 서민들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언어에 가깝다. “도대체 왜 이렇게 비싼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반클리프의 하이주얼리는 단순히 재료값이나 디자인값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수작업으로 몇 달, 때로는 수년이 걸리는 제작 과정, 극소량 생산, 브랜드가 쌓아온 역사와 상징성까지 가격에 포함된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이 보석은 ‘누구나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스노우플레이크 같은 하이주얼리 라인은 일반 매장에 진열되지 않거나, 기존 고객·초청·개별 상담을 통해서만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구매력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 네트워크, 브랜드와의 관계가 암묵적으로 작동한다. 결국 반클리프 아펠의 초고가 주얼리는 아름다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접근할 수 있고 누가 배제되는지를 보여주는 구조 그 자체다. 이 보석이 고가인 이유는 단순히 비싸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아무나 살 수 없게 설계된 세계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김 여사가 이 목걸이를 받고 기뻐했을 이유는, 단순히 값비싼 장신구가 아니라 자신이 이제 ‘아무나 닿을 수 없는 세계의 사람’이 되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상징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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