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나 리본펫(RibbonFET) 같은 엔지니어링 용어는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리기 십상이다. 수백억 달러가 투입된 이 첨단 기술이 과연 내 삶을, 나의 하루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따르게 될 수밖에 없다.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6일(현지시간) 베네시안 팔라조 한 식당에 마련된 인텔 코어 울트라 라운지를 찾았다. 이 곳은 인텔이 사활을 걸고 완성한 18A 공정과 혁신적인 아키텍처가 실험실을 벗어나 카페, 거실, 사무실이라는 평범한 일상에 스며들었을 때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지 증명하는 실증 공간이었다.
◆ 카페: 충전기 해방 선언, 그 뒤엔 18A가 있었다
라운지 입구에 들어서자 은은한 커피 향과 함께 카페처럼 꾸며진 공간이 나타났다. 보통의 카페라면 콘센트 자리를 찾아 헤매는 '노마드족'이 보였겠지만, 이곳 테이블 위에 놓인 얇은 노트북들은 전원 선이 모두 빠져 있었다. 그런데도 화면은 밝게 켜져 있었고, 웹 서핑과 문서 작업은 끊김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평범해 보이는 풍경 뒤에는 인텔 18A 공정의 핵심 기술인 리본펫과 파워비아가 숨어 있다.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위아래로 쌓아 올려 전류 통제 능력을 극대화한 리본펫 기술, 그리고 복잡한 전력 공급선을 웨이퍼 뒤쪽으로 빼내 신호 간섭과 전력 누수를 차단한 파워비아 기술이 결합되면서, 전력 효율이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현장의 테크니컬 데모 담당자는 "지금 이 노트북은 화면이 켜져 있지만, 사실상 시스템의 가장 큰 전력 소모원인 고성능 CPU 코어와 GPU 타일은 완전히 꺼진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인텔이 코어 울트라 시리즈 3(코드명 팬서레이크)부터 화면을 송출하는 '디스플레이 파이프라인'을 연산 타일이 아닌, 상시 구동되는 'IO 타일'과 'SoC 타일'로 옮겼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화면을 띄우기 위해 거대한 GPU 전체를 깨워야 했지만, 이제는 필요한 부분만 살짝 깨워 작동시킨다.
앞서 지난 5일(현지시간) 짐 존슨 부사장이 기조연설에서 "배터리 수명을 시간이 아닌 일(Day) 단위로 센다"고 자신했던 기술적 근거가 바로 이 지점이다. 미세 공정의 혁신과 아키텍처의 영리한 변화가 우리를 무거운 어댑터와 콘센트 찾아 삼만리에서 해방시킨 셈이다.
◆ 거실: 내장 그래픽의 반란, 얇은 노트북이 게임기가 되다
카페를 지나 거실 존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대형 TV와 연결된 슬림한 레노버 노트북 화면에서는 고사양 FPS 게임 배틀필드 6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폭발음과 함께 화려한 그래픽이 화면을 가득 채웠지만, 노트북은 굉음을 내며 팬을 돌리지도,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지도 않았다.
화면 왼쪽 상단에 찍힌 실시간 프레임 수치는 약 155 FPS.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최고급 외장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데스크톱 PC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숫자다. 내장 그래픽만으로 이런 성능을 낸다는 것이 놀랍다.
비결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에 있었다. 하드웨어적으로는 GPU를 별도의 타일로 독립시켜 크기를 키우고, 12 Xe 코어와 96개의 AI 엔진(XMX)을 탑재한 아크(Arc) v390 그래픽이 적용됐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텔은 여기에 AI 기반의 모던 렌더링 기술을 더했다.
앞서 지난 5일(현지시간) 댄 로저스 인텔 총괄이 발표한 AI 기반 멀티 프레임 생성 기술이 적용돼, GPU가 기본 뼈대 하나를 그리면 AI가 나머지 3개의 프레임을 예측해 채워 넣는다. XeSS(슈퍼 샘플링) 기술이 낮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고해상도로 업스케일링하고, AI가 중간 동작을 생성해 부드러움을 더하는 방식이다. 두꺼운 게이밍 노트북이 아니어도, 소음과 발열에 시달리지 않아도 거실 소파에 앉아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사무실: 똑똑한 단절, 보안과 지성을 동시에 잡다
오피스 존에서는 인텔이 추구하는 AI PC의 진면목, 즉 연결되지 않아도 강력한 온디바이스 AI를 체험할 수 있었다. 에어 갭(Air-gap) AI 시연대에서는 인터넷 랜선을 뽑고 와이파이마저 끈 상태에서 인텔의 방대한 기술 문서를 노트북에 학습시켰다.
"코어 울트라 시리즈 3의 주요 장점이 뭐야?"라고 묻자, AI는 순식간에 수백 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분석해 핵심 내용을 요약해냈다.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대외비 문서나 개인적인 자료가 유출될 걱정이 줄어든다. 검색 증강 생성(RAG) 기술이 로컬 NPU와 결합했을 때 보여주는 보안성이다.
바로 옆 시연대에서는 AI 슈퍼 빌더 데모가 이어졌다. 여기서는 로컬 데이터에 답이 없을 경우, 퍼플렉시티(Perplexity) 검색 엔진을 호출해 웹에서 정보를 찾아오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보여줬다. 보안이 필요한 내밀한 작업은 로컬에서, 광범위한 지식이 필요한 작업은 클라우드에서 처리하는 이중 전략이다. 인텔은 18A 공정으로 만든 고성능 NPU를 통해 이 두 가지 처리가 지연 없이 매끄럽게 전환되도록 구현했다.
◆ 스튜디오: NPU와 GPU의 완벽한 분업, 효율의 미학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에서는 인텔 코어 울트라 3의 두뇌 활용법을 엿볼 수 있었다. 영상 편집은 CPU, GPU, NPU가 각자 가장 잘하는 일을 나눠서 처리할 때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와 같았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 다빈치 리졸브에서 인물의 옷 색상을 주황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매직 마스크 작업은 고도의 연산이 필요한 무거운 작업이다. 이때는 고성능 GPU인 아크 v390이 개입해 수초 만에 프레임 단위의 추적을 끝냈다. 댄 로저스 총괄이 언급한 XMX 엔진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반면, 삼성전자 노트북에서 시연된 AI 텔레프롬프터 기능은 달랐다. 카메라를 응시하며 대본을 읽으면 AI가 목소리를 인식해 자동으로 스크롤을 내려주는 이 기능은 오직 NPU만 사용했다.
현장 엔지니어는 "오픈비노(OpenVINO)로 최적화된 위스퍼(Whisper) 모델을 NPU에서 돌리면 시스템 점유율은 고작 14% 수준"이라며 "전력을 많이 먹는 GPU를 깨우지 않고 저전력 NPU만 쓰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장시간 녹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벼운 AI 추론은 NPU가, 무거운 그래픽 연산은 GPU가 나눠서 처리하는 분업 덕분에 사용자는 배터리 걱정 없이 쾌적하게 창작 활동에 몰입할 수 있다.
사실상 인텔이 외치는 18A, 리본펫, 포베로스, 아크 v390 같은 난해한 기술 용어들을 소비자가 굳이 알 필요는 없다. 진정한 기술의 진보는 그 기술이 배경으로 사라지고, 사용자의 경험만이 남을 때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CES 2026 특별취재팀 = 라스베이거스(미국) 김문기 부장·배태용·옥송이 기자·취재지원 최민지 팀장·고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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