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의 재판 |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 4의 재판 = 도진기 지음.
20여년간 법조인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추리소설을 써온 도진기 작가의 신작 장편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 선재는 어느 날 약혼자인 지훈의 부고를 접한다.
지훈은 친구 양길과 떠난 필리핀 여행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고, 시신마저 현지에서 급히 화장되면서 진실은 잿더미 속에 묻히고 만다.
장례를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훈 앞으로 된 19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받게 될 유일한 수익자가 양길이란 사실이 드러나고, 검사는 양길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긴다.
하지만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점이 내내 발목을 잡는다. 선재는 정의로운 심판을 기대하지만, 재판이 거듭될수록 법은 피해자의 편이 아님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소설은 이른바 '캄보디아 만삭 아내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
2014년 교통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만삭의 캄보디아인 아내가 숨졌고, 사고 차량을 운전한 남편은 95억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받았다.
남편이 일부러 사고를 낸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심과 달리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고, 이어진 보험금 수령 재판에서도 남편은 보험금 95억원을 타냈다.
이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소설을 통해 '법망'이라는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실체적 정의와의 간극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를 통해 과연 '법이 곧 정의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도진기는 20년 동안 판사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판사 시절인 2010년 단편 소설 '선택'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 미스터리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이어 장편소설 '유다의 별'로 2014년 한국추리문학대상을 받았다.
황금가지. 328쪽.
당신이 준 것 |
▲ 당신이 준 것 = 문지혁 지음. 박선엽 그림.
2010년 SF 단편 '체이서'로 데뷔해 자전적 소설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로 문단에서 자신의 자리를 다져온 문지혁 작가의 짧은 소설집이 출간됐다.
소설집에는 일반 단편 소설보다 짧은 분량의 엽편 소설 열두 편이 담겼다.
작가 지망생 시절 쓴 작품부터 그간 어디에도 수록하지 않았던 데뷔작 '체이서', 2024년 봄 문예지를 통해 발표한 '멸종과 생존'까지 약 20년의 세월 동안 작가가 써온 짧은 소설을 만나 볼 수 있다.
작가는 주로 어떤 이유도 없이 찾아온 삶의 비극에 반응하는 인물들을 탐색한다.
뉴욕 지하철에서 방화범이 뿌린 시너를 뒤집어쓰거나, 결혼을 약속한 애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마주하거나, 살인범으로 누명을 쓴 이들이 재앙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일상을 무너뜨리는 사건이 어떻게 삶의 방향을 뒤바꾸는지를 보여준다.
문지혁은 '작가의 말'에서 "열두 편의 소설에는 무엇을 써야 하는지, 무엇을 쓸 수 있는지 몰라 이런저런 장르와 소재에 도전하던 고민과 시행착오의 흔적들이 새겨져 있다"며 "장편 소설이나 소설집은 저의 특정한 한 시절을 담은 결과물이지만, 어쩌면 이 책은 온전한 제 역사일지도 모르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음산책. 216쪽.
'상상력의 불꽃' |
▲ 상상력의 불꽃 = 송호근 지음.
45년간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해온 사회학자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가 자신의 글쓰기 인생을 되짚은 자전적 고백록이다.
평생 사회학을 연구하며 살아온 그는 자신의 '부캐'(부캐릭터)를 '문학'과 '칼럼'으로 정의한다.
송 교수는 2017년 장편 소설 '강화도'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으며 총 네 권의 소설을 펴냈다. 또 700여 편의 칼럼과 르포를 통해 현실을 마주했다.
송 교수는 자신의 글쓰기를 돌아보며 학문에서 문학으로, 이론에서 서사로의 이동은 상상력의 불꽃을 따라 선택한 필사적 변주였다고 소개한다.
사회학의 분석과 개념으로는 닿을 수 없는 인간의 비애 앞에서 서사의 형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에게 소설이란 사회학의 지도 위에 그려내지 못한 존재들을 서사로 복원하는 작업이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됐다. 상상력의 바다에서 유영했던 경험이 어떻게 진화해 궁극적으로 사회학과 연결됐는지 살핀 글들이 1부에 묶였다. 2부는 '강화도', '다시, 빛 속으로, '연해주' 등 소설 3부작이 나오게 된 배경에 관한 이야기다.
3부는 저널리즘 글쓰기를 주제로 삼았다. 송 교수는 칼럼을 "사회과학적 지식과 관찰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여 얻는 비판적 지혜"라고 규정하며 칼럼에 대한 견해를 풀어간다.
나남. 352쪽.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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