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준협씨가 대표로 있는 창작공동체 무적의 무지개가 올린 극 <란, 태수야>의 포스터. 예매 페이지 갈무리 |
서울연극협회 고위 간부가 신입회원 심사 과정에서 ‘장애인 차별 발언’을 해 연극인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이 간부는 차별 의도를 부인하며 조만간 열리는 협회장 선거에도 후보로 나섰다.
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연극협회 김모 전 부회장은 지난 9월 신입회원 심사 과정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차별 발언을 했다. 협회 입회를 신청한 배우 겸 연출가 진준엽씨의 대표작 4개 중 2개에 ‘장애인 활동가·당사자가 참여했으니 전문연극이 아니다’는 취지로 교체를 요구했다는 것이 골자다.
서울연극협회에는 1년에 4회 이상 ‘전문 연극’에 참여하는 연출가·배우가 가입할 수 있다. 협회 규정상 시민연극, 학생극 등은 전문연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김 전 부회장이 문제 삼은 작품은 장애인 활동가 등이 배우로 출연한 연극 <란, 태수야> <이 동네 개판 5분 전> 이다. 김 전 부회장은 “시민연극을 전문 연극 공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규정을 근거로 들며, ‘장애인 배우’가 참여한 작품은 전문 연극이 아니라서 오래 활동을 해도 ‘전문 연극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다른 전문 극단의 공연에 배우로 참여한 이력’을 내라고 권유하며 “좋은 일은 가입 이후 하라”고도 말했다.
진씨는 장애인 출연진 다수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 활동증명이 있다고 했으나, 김 전 부회장은 이 증명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예술 활동증명은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예술을 업으로 활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제도다.
<란, 태수야>의 주연 배우이고, 서울연극협회 회원인 방선혜씨(35)는 지난 5일 기자와 통화하며 “연습 과정, 공연 과정 모두 김 전 부회장이 말하는 ‘전문연극’과 다른 게 없다”며 “연극배우 대부분은 수입을 위해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활동가로 일하는 것과 차이는 무엇이냐”고 말했다.
장애인 차별 문제가 불거지자 협회 측은 지난달 26일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외부 전문가 검토 결과 진씨가 경력으로 제출한 연극은 심사 기준에 부합하는 공연이고, 김 전 부회장이 합리적 근거 없이 보완을 요구한 것이라고도 인정했다. 하지만 김 전 부회장에 대한 징계 등은 하지 않았다.
김 전 부회장은 최근 부회장직을 사퇴하고 오는 13일 진행되는 서울연극협회 임원 선거에 회장 후보로 출마했다. 김 전 부회장은 지난 5일 협회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입장문에서 “내 떳떳함을 숨기려는 생각이 없다”며 “신청인의 입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안내를 한 것이고 장애인 폄하를 하려 했다는 주장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극협회 입회 과정에서 벌어진 차별 사태에 대한 책임 이행을 요구하는 연극·예술·인권연대대책위원회’는 오는 7일 서울 성북구 서울연극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부회장의 서울연극협회 회장 후보직 사퇴와 협회 측의 차별행위에 대한 책임 이행 방안 수립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진씨는 지난 4일 기자와 통화하며 “이번 사안이 해결되지 않고 넘어간다면 연극계에 ‘이 정도 장애인 차별은 괜찮다’는 생각이 퍼질 것”이라며 “나쁜 선례를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극협회 측은 “지난 5일 추가 이사회를 소집해, 입장문을 따로 내기로 했다”며 “여러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히 검토해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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