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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에 흥한 코스피, 반도체가 독 될까···반갑지만 두려운 ‘반도체 랠리’[경제밥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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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사상 첫 4500을 돌파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문재원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첫 4500을 돌파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문재원 기자


‘5000피’도 코앞일까. 새해부터 진행된 ‘반도체 랠리’에 코스피가 단숨에 4500선을 넘어섰다. 증권가가 예상한 ‘14만전자’, ‘70만닉스’가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실현되면서 반도체와 코스피를 보는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은 ‘돈을 언제 벌 수 있을지 모르는’ 빅테크와 소프트웨어 대신,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수혜를 업고 확실한 ‘돈벌이’가 전망되는 반도체에 베팅하고 있다.

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올해에도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반도체는 한편으로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글로벌 증시는 ‘AI발 축제’가 한창이지만, 축제가 끝나 반도체가 꺾이면 되돌림이 어느 때보다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 ‘반도체는 아직도 싸다’


지난해 코스피는 75.63%라는 기록적인 연간 수익률을 냈다. 1987년, 1999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1987년, 1999년은 한국 경제가 두자릿수 성장을 하던 때였지만, 지난해엔 한국 경제가 1% 안팎의 저성장 국면에 있었는데도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 상승 배경엔 반도체가 있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의 증시부양 정책이 코스피 아래쪽을 받쳐줬고, AI 수혜주인 반도체가 강세를 보이며 코스피 위쪽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코스피 시가총액 증가분의 51%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몫일 정도다.


대형주가 강세를 보인 지난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 대형주를 모은 ‘코스피100’ 지수 중 코스피 수익률을 웃돈 종목은 27개에 불과했다. 증권과 조선·방산을 제외하곤 모두 AI와 관련된 반도체와 전력(원전) 종목이었다. 코스피 거래대금에서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일 기준 48.9%로, 30% 수준을 유지하던 2024년과 지난해 초보다 크게 높아졌다. AI 관련 종목에 투자가 몰리며 ‘대형주 장세’가 아닌 ‘AI 초집중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국내 주요 증권사와 JP모건·씨티그룹 등 해외 투자은행(IB)이 코스피 상단을 5000 이상으로 제시한 것도 반도체 영향이 크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을 200조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 시가총액이 1400조원 정도인데 양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200조원이라고 하면 영업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7배 정도밖에 안 된다”며 “코스피도 반도체도 오를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커지는 반도체 집중도···AI는 ‘기회이자 리스크’


문제는 반도체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6일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36%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두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 비중은 통상 20%를 웃돌았는데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이 520조원을 넘길 정도로 급성장한 영향이다.


최근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상위 10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로, 1960년대 이후 집중도가 가장 심화된 양상을 보였는데 국내 증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월가는 올해 증시의 가장 큰 리스크로 ‘AI 거품’을 꼽는다. 국내에서도 AI 거품론으로 흔들릴 수 있는 반도체를 증시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박 센터장은 “올해엔 AI 수익성 논란과 (빅테크의) 재무건전성 이슈가 더 커지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AI가 결국 기회 요인인 동시에 리스크”라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좋아지는 것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모르는 만큼 (반도체가) 많이 오른 것은 부담”이라며 “지난해 미국이 3년 연속 증시가 올랐는데 4년 연속으로 오른 적은 없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 부담이 커지고 미래 수익의 현재가치가 낮아져 AI를 비롯한 성장주엔 악재가 된다. 지난해 11월 증시 조정을 유발했던 AI 거품론이 고조된 것도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변수가 적지 않아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자체가 미국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AI 거품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AI 거품론이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전자제품의 가격이 오르는 ‘칩플레이션’은 경계해야 할 리스크”라며 “AI 투자 붐으로 반도체 가격이 이례적으로 급등하고 있고 자산가격 상승도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어 AI 투자발 칩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위험이 잠재해 있다”고 말했다. 물가가 오를 경우 연준이 금리를 낮추기 어려워져 AI 거품론이 다시 부각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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