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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황금함대’ 구상, 해양 패권·영토 팽창 민낯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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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2일(현지시각)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황금함대’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2일(현지시각)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황금함대’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2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자신의 ‘황금함대’ 구상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은 단순한 군함 건조 계획을 넘어, 트럼프의 해양 패권과 영토 확장 구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자리였다.



“이 함대는 우리 나라 역사상, 아니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전함이 될 것이다. 이전의 아이오와급보다 무려 100배 더 강력하다.” 트럼프의 발언은 과장된 듯 들리지만, 미 해군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3만5천톤급 이상의 황금함대는 현존하는 최대 구축함(약 1만5천톤급)의 두세배 규모를 자랑한다. 여기에 극초음속 미사일, 전자식 레일건, 고출력 레이저 무기까지 탑재할 계획이어서 그의 자신감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 전함의 이름을 직접 ‘트럼프급’이라 명명했다. 그가 내세운 모토는 ‘힘을 통한 평화’다. 그는 “이 전함들은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미국 조선산업을 부흥시키며, 전세계 모든 적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1994년 이후 중단했던 전함 건조를 재개해 해군력의 옛 영광을 되찾아오겠다며,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 때의 ‘대백색 함대’(Great White Fleet)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주리함을 거론했다.



이후 진행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한층 노골적이었다. 트럼프는 남미의 베네수엘라·콜롬비아, 북미의 그린란드를 거론하며 군사력 투사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게 “스스로 물러나는 게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고,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에 대해선 “콜롬비아 마약 공장에서 미국으로 마약을 보낸다. 그는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해상에서 시작된 마약 밀수 단속은 육지에서도 진행될 것이며, 단속 대상에는 라틴아메리카 모든 곳이 해당한다고 했다. 군사작전 범위를 중남미와 카리브해 전체로 확대한 셈이다. 그린란드에 대해서도 그는 미국의 국가안보 문제라며, “그린란드 주변 해안에 러시아와 중국의 군함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3일 새벽, 미국은 특수부대를 베네수엘라에 전격 투입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해 뉴욕으로 압송했다. 트럼프의 이런 무모한 행동들을 고려할 때, 미국이 중남미는 물론 그린란드에 대해서도 영토 확장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그가 해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이다.





루스벨트와 머핸의 유령인가





트럼프의 황금함대 구상과 영토 팽창주의는 20세기 초 루스벨트 대통령의 해군력 증강과 영토 팽창 정책을 연상시킨다. 루스벨트는 당시까지 고립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미국 대외정책을 팽창주의로 전환시킨 인물이다. 파나마운하 건설을 시작했으며,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군사개입, 동아시아 진출 등으로 미국 해양 패권의 토대를 다졌다. 해군성 차관 출신인 그는 미국이 세계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강한 함대가 필수적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그의 재임 시기 미 해군은 영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대백색 함대는 바로 루스벨트의 상징적 유산이다. 1907~1909년, 그는 전함 16척으로 함대를 구성해 아시아·유럽·남미 60개의 항구를 순항하도록 명령했다. 함정들은 흰색으로 도색하고 금장식을 둘러 대백색 함대라는 별칭을 얻었다. 미 해군력을 전세계에 과시하고자 했으며, 당시 아시아에서 세력을 넓히던 일본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루스벨트는 ‘부드럽게 말하되, 큰 몽둥이를 들고 다녀라’라는 신념을 가진 인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대백색 함대는 바로 그 ‘큰 몽둥이’에 해당한다. 황금함대가 “모든 적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은 루스벨트를 흉내 낸 것으로 보인다.



루스벨트의 사상적 배경에는 해군 전략가 앨프리드 머핸의 영향이 있었다.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전 해군 제독은 “머핸은 루스벨트의 지적 멘토였다”고 말했다. 머핸은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1890년)에서 해양 통제권이 국가의 흥망을 좌우한다며, 강력한 함대와 전세계 기지망을 갖춘 해양 제국주의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천연자원이 부족한 작은 섬나라인 영국이 세계를 제패한 것은 강력한 해군력과 식민지 개척을 통해 해양을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미국도 이 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핸은 “영국은 바다 때문에 위대해진 국가”라며 “영국의 해군기지는 전세계에 퍼져 있다. 그래서 영국 함대는 자국 기지를 즉각 보호할 수 있고, 기지들 사이의 교통로를 확보할 수 있으며, 그 기지를 은신처로 삼을 수 있다”고 썼다. 특히 머핸은 거대하고 강력한 함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실행에 옮긴 게 바로 대백색 함대다.



약 120년이 흐른 지금, 트럼프의 황금함대는 루스벨트와 머핸의 유산을 되살리는 듯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 함대는 중국만이 아니라 모든 나라에 대한 억제력”이라며 “핵심은 힘을 통한 평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남미·카리브해 통제력 확장과 북극·그린란드 확보, 그리고 중국 견제를 동시에 염두에 두고 있다. 서반구의 경우 마약과의 전쟁을 구실로 군사력을 투사하려면 막강한 해군이 필요하다. 또 만약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한다면 주전장은 바다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은 총 운용 전함 수(군수지원함 제외)가 234척으로 미국(219척)을 앞서 있다. 최신 함정 비율(2010년 이후 진수 기준)에서도 중국은 전체 함정의 70%로 미국(25%)보다 우세하다. 이는 19세기 말 독일의 함대 확장이 영국을 긴장시킨 상황과 유사하다.





초대형 전함의 적절성 논쟁





미 해군 전략가들 사이에선 황금함대를 둘러싼 논쟁이 첨예하다. 해군력 증강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초대형 전함이 그 해답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뚜렷하게 갈린다. 이번 미 해군 프로젝트에 참여한 허드슨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 국방개념·기술센터 소장은 항공모함의 방어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초대형 전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현대의 전함은 과거의 대포 대신 장거리 미사일로 무장한다”며 현대 전함들은 더 강한 화력, 즉 더 많은 미사일 발사관과 극초음속 무기 운용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미 해군 주력인 알리 버크급 구축함(9천톤급)보다 훨씬 더 큰 함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캔시언 선임고문은 “설계에만 수년이 걸리고, 건조에 척당 90억달러(약 13조원)가 소요되며, 분산화력 중심의 현대 해전 개념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차기 행정부에서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 황금함대는 바다에 띄워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분산화력 전략은 함대 자산을 넓게 분산 배치하되 네트워크로 긴밀히 연결해, 각기 다른 센서와 무기체계를 조정함으로써 화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네트워크 연결성과 분산된 자율무인체계 운용 능력이 관건인 현대 해전에서 초대형 전함은 오히려 적의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사안보 영역에 강점을 가진 보수 성향의 이 연구소는 미국 군산복합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싱크탱크다. 이런 곳에서 현직 대통령의 전략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강하게 반박하는 건 이례적이다. 해군 내부의 반발이 결코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트럼프와 해군 수뇌부가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는 만큼, 황금함대 프로젝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머핸의 시각에서 본 트럼프 전략의 약점





머핸은 해양 강국의 조건으로 세가지 축을 제시했다. 국제 무역을 통한 생산력의 세계와의 연결, 상선·군함을 아우르는 해상 운송 역량, 식민지 혹은 동맹 네트워크를 통한 해양 거점 확보가 바로 그것이다. 즉, 해양력은 단순히 군함의 수나 크기가 아니라, 무역·산업·동맹 네트워크의 종합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전략은 이 세 축 모두에서 약점이 두드러진다. 그는 보호무역주의 회귀로 국제 무역 기반을 약화시켰고, 미국의 조선산업 생태계는 거의 붕괴된 상태다. 게다가 주요 동맹국과의 무역 갈등은 해양 네트워크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런 구조적 제약 속에서 황금함대 중심의 해군력 증강 프로젝트가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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