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뉴스1 |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건설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노사 관계가 악화될 경우 공기 지연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건설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책임준공 연장 사유에 파업 등 노동쟁의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7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3월 10일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협회 등을 통해 정부에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나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사용자 범위는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한다. 이 법이 시행되면 하청 노조나 노동자도 원청의 실질적인 지배력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직접 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에 나설 수 있다.
건설사들은 이 법이 시행되면 수많은 협력업체가 건설 공정에 참여하는 특성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체별 교섭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개별 단체가 무분별하게 교섭·파업할 경우 공기 지연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아진다”며 “아마 1~2년 정도는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노사 관계에 따른 문제가) 공사를 수행하는 데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책임준공의 경우 대주단과 계약할 때 이런 (리스크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금융 대주단이 보수적인 측면이 있어 어떻게 해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의 경우 입주자와 약속한 기간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일러스트=손민균 |
일부 건설사는 책임준공 연장 사유에 파업 등 노동쟁의를 포함하자는 건의도 하고 있다. 책임준공은 PF 사업에서 정해진 기간 내 공사를 끝내지 못하면 시공사가 발생한 채무 전부를 인수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이다. 지난해 정부의 PF 정상화 대책에 따라 책임준공 연장 사유는 기존 천재지변·내란·전쟁에서 원자재 수급 불균형, 법령 제·개정, 전염병, 태풍·홍수·폭염·한파, 지진까지 확대됐다.
한 건설사 임원은 “건설 현장은 원도급사와 수많은 하도급, 협력업체들이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로 이미 타워크레인, 레미콘 등 다양한 공정에서 각종 노조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전국 단위 노조 파업은 현장에서 사전에 준비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고스란히 책임을 져야 하는 위험에 노출된다”고 했다. 그는 “리스크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책임준공 연장 사유에 노조와 관련한 실제 파업으로 인한 공사 중단 기간을 면책 사유로 연장하는 내용을 살펴봐 달라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 업계의 건의에도 파업 등 노동쟁의에 따른 공사 기간 증가를 책임준공 연장 사유에 포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책임준공 연장 사유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토부뿐만 아니라 금융 당국과 대주단인 금융사들과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가계약법 지체상금 규정은 공공 발주 공사 시 공기가 지연되는 불가피한 예외 사유를 규정한다”며 “국가계약법상에서도 (파업으로 인한 공사 기간 증가를) 예외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금융기관에 이를 책임준공 연장 사유로 인정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사에) 문제가 많이 생긴다면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제도화 가능성이 있다면 공공 발주부터 이를 예외 사유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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