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12.29여객기참사진상규명과피해자및유가족의피해구제를위한특별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2.30.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 |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이 사상 처음 7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일방적 관세 등 악조건 속에서 받은 성적표인데 'K-반도체' 수출이 1734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눈부신 성과에도 한국 반도체의 앞날을 밝게 보는 이는 드물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제조 2025 주요 산업의 한·중 경쟁력 비교'를 보면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중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D램 기준)는 3년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AI(인공지능) 칩을 포함한 반도체 설계 분야의 경우 기술·가격·인프라 모두 중국이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의 기술 '초격차' 전략도 조만간 추월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새만금 이전론'이 지방 선거를 앞두고 논란이다. 전북도지사 출사표를 던진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력난으로 멈춰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기가 흐르는 새만금으로 즉시 이전해야 한다"고 불을 지폈고 김성환 기후부 장관의 "전기가 생산되는 곳으로 기업이 가야 한다"는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반도체 공장은 '전력·인력·용수' 등 크게 세 가지가 완벽하게 맞물려야 비로소 라인 하나를 깔 수 있다. 단순히 전기만 있다고 돌아가는 인프라가 아니다.
특히 일명 '초순수'로 불리는 UPW(Ultrapure water)가 반도체 수율(정상적인 제품의 비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인근 평택항(서해) 대신 130㎞ 떨어진 경기도 북한강 하류에서 엄청난 양의 물을 끌어다 쓰는 것을 감안하면 수질의 중요성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난달 삼성전자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용인 반도체 산단 조성 관련 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했지만 정치권은 계약서를 마치 휴지조각처럼 보는 듯 하다. 지역 논리에 따라 반도체 산단이 용인에서 새만금으로 내려간다면 160조원의 부채를 이미 떠안고 있는 LH가 삼성전자에 수조 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줘야 한다.
그럼에도 용인 반도체 산단 주무부처인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전북지사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거나 지역구가 전북인 만큼 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산단 고수 원칙을 굳이 나서 밝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읽힌다.
김 장관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용인 반도체 산단 이전론을 둘러싼 지역 갈등은 오는 6월까지 확대일로로 치닫을 것이다. 민감한 특정 사안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누구한테도 욕을 먹지 않겠다는 정치인 특유의 어중간한 태도는 K-반도체 산업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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