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
1991년 TV드라마로 선풍적 인기를 끈 MBC '여명의 눈동자'가 뮤지컬로 돌아온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세월을 넘어 이제 뮤지컬이 각광받는 국민적인 문화예술 장르가 됐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는 K뮤지컬 브랜드가 입지를 크게 구축해서이기도 하다. 일단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당시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회당 제작비 2억원, 총제작비 72억원의 국내 최초 블록버스터 드라마로 2년5개월의 제작기간에 2만5000여명의 출연진이 참여했다. 무엇보다 해외 올로케이션 드라마였다. 특히 당시 우리나라는 중화인민공화국과 정식 수교를 하지 않았는데 상하이, 하얼빈, 쑤저우, 구이린, 난징에서 촬영했고 나아가 필리핀에서도 촬영을 감행했다. 아울러 드라마 OST가 고품격 수준으로 시도돼 당시 40만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렇게 '여명의 눈동자'는 혁신적 시도가 많았는데 이러한 점들을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가 잇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일반적인 프로시니엄 무대(Proscenium Stage)에서 탈피했다. 프로시니엄은 고대 그리스 극장에서 기원한 것으로 무대와 객석이 분리돼 관객은 모두 정면을 바라봐야 하는 사진 액자형의 무대를 말한다. 이에 비해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빈야드 형태(Vineyard Style)의 공연 형식을 취해 관객들이 무대를 사방으로 둘러앉아 전통 마당놀이를 보는 듯하다.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배우들의 연기나 움직임을 한 방향으로만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다각적이다. 프로시니엄 무대는 관객과 배우를 분리했지만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무대와 가깝고 동적이기에 친밀감이 더 느껴진다. 더구나 무대를 위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는 구조라 전통 마당놀이보다 관객들의 몰입이 배가된다. 프로시니엄 무대가 무대 뒤쪽이나 측면이 동적인 움직임에 약한 것과 달리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어 입체적이라 차별화된다. 측면 런웨이 형태의 무대방식이라 사방에서 배우들이 들어오고 나가므로 역동적이다. 관객 누구나 배우들의 표정이나 의상 그리고 소품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으며 소재도 한국 현대사라 주인공들과 같이 역사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기에 위안부 만행 등을 접할 때는 정말 관객 스스로가 그러한 고통을 겪는 것 같아 불편함을 참지 못할 수도 있다.
압권은 무대 바닥의 LED 연출이다. 관객이 내려다보는 구조여서 무대 밑바탕을 통해 역사적 사건이나 장면들을 다양한 그래픽으로 감정의 고양을 이끌어냈다. 주인공들이 처한 계절별 자연환경은 물론이고 내적 갈등을 상징과 은유의 화풍으로 공간을 이끌었다. 특히 최대치와 윤여옥의 최후 장면은 매우 창조적이다. 시각적 효과를 무대장치의 기술적 효과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났다. 이러한 점은 상대적으로 불필요한 비용과 공연 진행상의 장애요인을 줄여줄 수 있었다. 그래픽 공간에서 배우들이 함께 살아움직이면서 또 하나의 퍼포먼스 작품을 만들어내는 듯싶었다. 무엇보다 이야기 구조와 연기자들의 열연의 가치를 오롯이 파악할 수 있는 방식이다.
더 고무적인 점은 공연장이다. 공연장 이동설치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좋은 공연이라도 대관이 어렵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공연장에서 선보이는 경우가 많기에 불편함이 가중되기 일쑤다. 접근성이 있는 유휴부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설치 가능하기에 한국 공연계에 주는 함의는 크다. 현충원 앞 근린공원 공터에 마련한 임시 공연장 컨버스스테이지아레나(Converse Stage Arena)는 동작역 5번출구 바로 앞에 위치하고 그 옆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자리한다.
국내만이 아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우리 IP 창작 뮤지컬인 데다 소재 측면에서 중일갈등 상황에서 중화권에서 선보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외국인도 한국 현대사에 관심이 많은데 '여명의 눈동자'는 계속 진화하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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