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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습에도 버텼던 이란 하메네이, 경제난에 정권 전복 위기

조선일보 파리=원선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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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시민들, 거리로 뛰쳐나와
하메네이 ‘러시아 망명’ 준비설도
청년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확산 중인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도로에 웅크리고 앉은 남성이 시위 진압을 위해 이동하던 경찰 오토바이 행렬을 막아서고 있다. 1989년 중국 천안문 시위 당시 전차를 맨몸으로 가로막았던 ‘탱크맨’을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나왔다./X

청년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확산 중인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도로에 웅크리고 앉은 남성이 시위 진압을 위해 이동하던 경찰 오토바이 행렬을 막아서고 있다. 1989년 중국 천안문 시위 당시 전차를 맨몸으로 가로막았던 ‘탱크맨’을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나왔다./X


이란에서 경제난·부패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알리 하메네이 정권이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시위가 악화되면 ‘군사 개입’을 하겠다고 말한 직후 베네수엘라를 공습하자 이란 고위층에선 ‘우리가 다음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란의 한 고위 관료는 5일 로이터에 “이란 지도부는 거리에서 분노하는 민중과 미국의 압력 사이에 끼어버린 형국”이라며 “실행 가능한 선택지는 거의 없고, 어떤 길이든 위험이 크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2일 “이란이 평화적 시위대를 잔혹하게 살해한다면, 미국이 그들을 구하러 나설 것”이라며 “우리는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실제 하루 뒤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끌어내는 모습에 이란 집권층은 공포에 질린 것으로 알려졌다.

EPA 연합뉴스지난 3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손 흔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지난 3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손 흔들고 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군 통제력을 잃는 상황에 대비해 러시아 등으로의 망명 계획을 세웠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더타임스는 “군과 보안 병력이 시위 진압에 실패하거나, 현장에서 이탈할 경우에 대비, 하메네이가 최대 20명 가족·측근과 테헤란에서 탈출하는 계획을 세웠다”며 “해외 자산과 부동산·현금을 확보하는 작업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최근 심야 긴급 회의를 열고 시위 진압에 실패하거나 미국이 실제 군사 개입에 나서는 ‘최악 상황’에 대비한 ‘정부 생존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집권층이 현 문제에 대처할 수단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란 당국은 이 같은 보도에 “근거가 없는 날조”라고 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 이란의 적들이 이란 전역에 혼란을 일으키는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발생한 이란 시위는 이란 31주 중 27주 250곳으로까지 번졌다. 5일까지 35명(시위대 29명, 어린이 4명, 보안군 2명)이 사망했고 1200명이 체포됐다고 미국의 인권활동가통신은 집계했다. 이란의 준관영 파르스통신은 현재까지 경찰관 250명, 혁명수비대 4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지난 3일 시위대를 ‘폭도’로 지목하며 강경 진압을 지시했지만 시위는 계속 불어나고 있고, 군 당국이 시위대에 발포하면서 사상자 규모도 커지는 상황이다. 2022년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 항의 시위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시위대는 ‘이슬람 공화국 타도’ ‘독재자(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고까지 외치고 있다.

궁지에 몰린 이란 정부는 8000만명 국민 모두에게 매달 7달러(약 1만원) ‘생활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란 시위가 경제·사회 기반을 좀먹는 ‘구조적 부패’에 대한 분노 폭발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Z세대 시위’로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각국에서 지도자가 물러난 사례와 유사하다고 본다.


이란의 경제학자 사이드 라일라즈는 “이란은 현재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며 “매년 500억달러가량이 부패·횡령으로 사라질 만큼 완전히 부패했다”고 했다. 미 포린폴리시는 “이번 시위는 화폐 가치 폭락, 물가 폭등에 대한 분노가 시장 상인, 도시 중산층, 학생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났다는 점에서 과거 시위와 다르다”고 했다.

다만 이란 내부에 강력한 야당 지도자 등 명확한 반정부 세력의 구심점이 없고, 현 정권이 아직까지는 혁명수비대와 보안군 등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권 붕괴’가 임박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이란 정권이 현 신정 체제를 유지하면서 하메네이 등 최고 수뇌부만 교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레이 타키 미 CFR 선임연구원은 “이란 체제의 본질적인 회복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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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원선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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